[성명] 피고인 이재용에 대한 뇌물–횡령 총액 대비 낮은 선고 형량은 유감이나, 재벌총수에 대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악습을 끊어낸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오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비추어 낮은 형량을 선고한 아쉬움은 있으나, 재벌총수에 대해서만 유독 관대하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온 악습을 끊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정경유착의 부패 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2.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범죄사실은,
1) 1심 형사재판에서는 뇌물·횡령액 89억 원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5년을 선고하였고,
2) 항소심에서는 말 구입액 34억 원과 영재센터 16억 원에 대한 뇌물·횡령 및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면서, 뇌물·횡령액 36억원에 대해서만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였고,
3) 대법원은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해 말 구입액 34억 원과 영재센터 16억 원에 대한 뇌물·횡령 범죄가 유죄라는 취지로 선고하여, 최종 확정된 뇌물·횡령액은 86억원이었다.
3.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하였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로 인해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점, 86억원 뇌물 공여 및 횡령의 중대범죄를 저지른 점, 대법원 양형기준의 ‘청탁 내용이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와 같은 특별가중요소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한 징역 2년 6월의 형벌은 너무 가벼워 유감이다. 이재용 피고인이 주도했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된 사실관계는 추후 진행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의 시세조정,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의 범죄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형사 재판 과정에서 이번 재판에서 놓친 뇌물범죄의 성격, 즉 겁박을 당해 뇌물을 제공한 것인지, 경영권 승계작업의 플랜 속에서 박근혜 정권을 활용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다시 한 번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기업이 범죄주체인 기업범죄에서 양형 사유로 반영하는 준법감시 제도를 기업에 대한 가해자인 재벌총수 범죄에 적용하는 잘못된 실험에 대해 이 사건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으나, 기업총수가 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재범을 할 우려에 대해 준법감시제도를 잘 갖추었는지를 파악해서 그 가해자 기업총수의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반영하려는 것은 양형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4. 다만 이 사건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재벌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하던 과거의 악습을 끊어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성그룹은 전대의 이병철 회장 대에 밀수사건으로 고 이맹희씨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건희 회장 대에도 전두환, 노태우 정권, 이명박 정권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이명박 대통령 재판에서 그러한 뇌물 제공 사실이 밝혀진 바 있고, 박근혜 정권에서 또 다시 뇌물제공 등 정경유착의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계속해서 실형 선고를 면하여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피고인 이재용에 대한 이 사건 실형 선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 사회에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상식적인 헌법 원리를 뿌리 깊게 하고, 재벌총수는 특혜를 받을 것이라는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OECD 국가 중 그 신뢰도가 바닥권인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1. 1.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