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 공동 성명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악을 강행한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오늘 새벽 환노위는 근로기준법을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경사노위에서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합의되었다면서 2019. 3. 한정애 의원이 발의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악안과 국민의 힘(임이자 의원)이 기습적으로 추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악안이 그 내용이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작년 경사노위에서 논의가 되고 20대 국회에 한정애 안 제출되었을 때부터 개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 왔다.
우선 절차적인 측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2018. 3. 소위 최대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그 부칙에서 2022.12.까지 검토하기로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집행은 계속 지연해오면서도 2022. 12.까지 검토하기로 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2년이나 빨리 도입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는 경사노위와 같은 형식적인 논의 절차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안인데 그야말로 날치기로 반영되었다.
그 내용상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첫째 노동시간 측면에서 OECD 1~2위를 다투는 한국의 노동시간을 더욱 늘릴 것이다. 환노위 통과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서도 연장근로는 별개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당 평균 52시간, 최대 64시간(=52+12) 노동이 합법이 되는 기간이 기존 최대 3개월 단위기간 하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보다 2배 증가하게 되어 장시간 노동의 폐해가 더 심각해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시간외 근로를 포함한 총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유럽이나 탄력적 근로제 도입 시에는 시간외 근로를 추가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 등과 같은 조치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위기간 확대가 이루어지면 총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둘째, 노동시간의 예측가능성을 심대하게 침해한다.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면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대상기간을 “일”단위에서 “주”단위로 변경한 것도 문제인데, 이마저도 “업무량 급증 등”의 사유가 있으면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만으로도 변경할 수 있게 되어 근로시간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침해된다. 말 그대로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탄력적인 고무줄 노동이다.
셋째,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도입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신상품 연구개발 등의 경우 3개월)도 마찬가지로 장시간 노동과 근로시간 예측 가능성 침해의 문제가 있다.
넷째, 근로자대표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사용자가 임의로 결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근로자대표에게 결정권이 있는데, 근로자 대표의 선출 절차 등에 대하여는 전혀 정비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이 제도들은 근로시간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빌미가 될 것임이 명확히 예상된다.
다섯째, 건강권 침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현재와 같은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필연적으로 특정 기간의 장시간 불규칙한 노동의 확대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논의되었던 여러 방안들 중 가장 약한 방안인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 부여만이 반영되었는데, 이마저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배제할 수 있으니 건강권 침해 방지를 위한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의한 만성 과로나 단기 과로 기준도 훨씬 초과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이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장시간, 불규칙 노동과 건강권 침해를 구조적으로 초래할 개악안 통과를 주도한 정부․여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개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도록 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20. 12. 9.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