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법무부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의 생존과 체류를 보장하라.

2020-11-02 69

 

[성명]

법무부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의 생존과 체류를 보장하라.

외국인노동자 A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에서 정하는 고용허가 절차에 따라 국내에 입국했다. 정부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알선한 농업 사업장에서 2015624일부터 202032일까지 일을 했지만 무려 3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받지 못한 임금이 62백만 원이 넘는다. 사업주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고용노동부가 확인한 미지급 임금만 34백만 원이다. 정부가 소개한 사업장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가 무려 3년 동안 월급을 못 받았고, 그 사실을 감독기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세계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부끄러운 일이다.

3년 동안 월급을 떼먹은 사업주는 반성을 하기는커녕 외국인노동자가 시민단체에 도움을 청해 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기숙사 문을 망치로 부수고 들어가 외국인노동자가 근무시간과 급여수령 내역을 적어둔 노트를 찢어 불태워 버렸다. 사업주는 밀린 월급을 농장을 팔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농장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린 뒤였다. 농장주는 법에서 정한 임금체불보증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았다. 사업자등록도 되어 있지 않아 국가가 체불임금 중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를 이용할 수도 없다.

3년 동안 강제노동을 해온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노동부가 소개하여 그 농장에서 일을 했다. 고용허가제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외국인력제도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에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권리허가하는 제도이므로 정부가 소개한 사업장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이 소개한 사업장에서 3년 동안 임금을 갈취하는 등 심각한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무부는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피해노동자의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불허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범죄 피해자는 직접 재판을 받지 않으니 돌아가도 된다는 설명이다.

지금 피해노동자는 사업주를 형법상 사기죄, 특수협박죄 등으로 고소했고,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다. 형사조정과정에서 사업주가 100만 원도 지급할 수 없다고 하여 조정이 불성립되었고, 현재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수사절차에 피해자가 출석하여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필요하다면 재판에도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사업주를 엄벌해 줄 것을 탄원할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수년 동안 일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머물지 못하고 출국하게 되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법무부는 이의신청을 하면 다시 검토해보겠다며 변명하기 급급하다.

범죄피해자는 범죄 발생 직후부터 수사과정, 재판과정, 형 집행단계 등 모든 절차에서 자신의 정당한 피해회복을 위하여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피해자의 권리는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기본적 인권이 부당하게 제한된다면 이는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1998. 12. 비준한 ILO협약 제111[차별(고용과 직업)]은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도록 국가정책을 결정, 추진해야할 의무를 정부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는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고, 장기간 임금체불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농촌 사업장의 경우 장시간 근로가 심각하고, 사업주로서의 지위가 불분명해 의료보험제도 및 임금체불 체당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피해를 당한 외국인의 체류자격도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허가하여 사실상 권리행사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해야 할 의무는 오로지 정부에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 법무부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피해를 온전히 회복 수 있도록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을 보장해야한다. 고용노동부는 알선 사업장, 특히 농촌지역에서 장기간 임금체불 사례가 없는지 전수 조사하고, 임금체권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근본원인인 고용허가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 11.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윤덕

첨부파일

20201102_민변노동위_성명_법무부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의 생존과 체류를 보장하라.pdf

20201102_노동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