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차량집회 참여자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방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1. 정세균 국무총리는 2020. 9. 27.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천절에 벌어지는 불법집회 참여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라며, 개천절 집회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하 ‘무관용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무관용 방침은 경찰이 지난 9. 25.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차량 시위 운전자 또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정부의 무관용 방침은 차량집회 그 자체를 범죄로 간주하고 참여자에게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차량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이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
2.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등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의사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존중과 보호가 필수적인 권리이다. 자유권규약 위원회와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특정한 집회를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로 단정하고 명확한 설명과 심사 없이 규제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에 어긋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위와 같은 취지에서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집회참가자 수의 제한, 집회 대상과의 거리 제한, 집회 방법·시기·소요 시간의 제한 등과 같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라고 판시하며(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등 참조),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국가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하며, 집회의 전면 금지는 다른 수단이 모두 가능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3. 위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에 비추어 봤을 때, 정부의 무관용 방침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차량집회를 전면 금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도의 위험이 집회 그 자체로부터 명백히 초래되는지, 차량집회가 코로나 전파의 위험을 낮추는 대안적 조치로 평가될 여지가 전혀 없는지, 방역지침 준수의무 부과 등 다른 수단이 없는지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차량집회의 준비, 관리, 해산 등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목적 아래 무관용 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량집회 준비, 관리, 해산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차량집회 그 자체가 초래하는 위험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방역지침 준수 의무 및 차량집회의 준비, 관리, 해산 등 과정에 대한 제한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등 무관용 방침 수립에 있어 차량집회를 허용하기 위한 다른 방역 수단은 강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량집회가 초래하는 위험 또는 다른 방법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재한 채 수립된 정부의 무관용 방침은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에 관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한편 정부가 무관용 방침에 따라 차량집회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그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한, 차량집회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참가자의 집회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존권까지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차량집회 참가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할 여지도 상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정부의 무관용 방침의 정당성을 온전히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제1항은 시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19’를 명목으로 차량집회를 사실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무관용 방침을 수립한 것은 결국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외면이 결국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집회의 자유의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집회의 자유 보장을 도외시하는 정부의 무관용 방침에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하며,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쌓아온 집회의 자유의 가치가 퇴보하지 않고 온전히 보장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0년 9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