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국회는 즉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2020-06-01 52

 

[성 명]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국회는 즉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1.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 모 군의 사망으로부터 4년이 지났다. 2년 전에는 김용균이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사망했다이를 계기로 올해부터 김용균법이 시행되었다그러나 다시 한 노동자가 홀로 안전장치 없는 근로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26세 청년 김재순씨다.

 

2. 지난 22일 오전 김재순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파쇄기 옆에서 혼자 근무하다거대한 파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위험한 작업이었기에 2인 1조로 근무해야했지만 10인 규모의 영세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파쇄기에 난간이나 추락방지시설은 없었고경고표시판도 없었다김재순은 파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간 후 30분이나 지나서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이미 사망한 후였다.

 

3. 김재순은 중증지적장애가 있는 장애인이었다회사 측도 김 씨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윤 앞에 장애에 대한 고려도최소한의 안전배려조치도 없었다김재순이 근무하던 ()조선우드에서는 2014년에도 같은 사망사고가 있었다. 6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노동자가 사망해도 기계는 돌아가고회사는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4.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한 해, 2천명 이상이 산재로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코로나 19 방역만큼이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

 

5. 현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보호할 수 없다기업 자체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영국은 2008년부터 법인 과실치사법을 시행하면서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피할 수 없고필연적이라고 한 바 있다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그 후 영국은 10만 명당 0.7명이었던 사망 산재 비율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방법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6. 기업이 재해에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해결은 없다현행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노동자하급 관리자만 처벌이 가능하다노동자가 사망하면 최고 경영자도실질적 소유주도기업 그 자체도 책임을 지도록 바뀌어야 한다처벌의 종류도제재의 정도도 강화되어야 한다노동자가 죽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정도의 제재가 없이는 현 상황의 개선은 불가능하다산업재해 발생 시 검찰의 수사 및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재판과정에서의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여부를법률 자체에서 그 범위를 기업의 경영책임자 및 법인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처벌의 내용을 사법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7.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공약으로 세운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국회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오가는 혼수상태를 거치며 자동 폐기되었다.

 

8. 소설가 김훈이 말했듯고관대작과 부자의 자녀가 해마다 사망하는 일이 생겼다면 우리 사회는 벌써 이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김재순의 아버지도 산재사고를 당했다가난과 기회가 대물림되는 것도 모자라 산재도 대물림된 것이다노동자의 생존의 문제 앞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어야한다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국회는 즉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2020. 6.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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