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 두 개의 국가보안법 판결로 드러난 국가보안법 제7조의 자의성과 위헌성
대법원은 5월 14일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하여 두 개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 제3부는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라는 단체를 조직해 기관지, 선전지 등을 제작・배포하면서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혐의로 기소된 노동운동가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5도189 판결). 해방연대 사건에 대하여 1심과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해방연대가 사회주의를 주장하면서 노동자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더라도 그러한 해방연대의 노선이나 목적, 활동 등이 폭력적 수단으로 현 정부를 전복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려는 국가변란의 선전・선동에 해당하거나 그러한 목적 아래 이루어졌다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고, 해방연대가 제작・배포한 표현물들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질 위험성을 가지기에 이르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무죄 판결의 요지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하고 무죄 판결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이 5년이나 심리를 지체하면서 판결의 선고가 늦어진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해방연대 사건은 국가권력이 사상의 자유를 무시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를 남용하여 노동운동을 탄압하려 한 전형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같은날 대법원 제2부는 과거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당원들 3명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반국가단체 등 활동 찬양·동조로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대법원 2020도2596판결). 대법원은 행사에서 위 노래를 제창한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행위 만으로도 국가보안법상 찬양 동조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서, 동 조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같은 날 이루어진 두 판결은 모두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국가보안법 제7조로 기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자체가 대표적인 악법일뿐더러, 특히 이번 사건에 적용된 제7조는 가장 자의적으로 반대세력 탄압에 남용되어 온 조항이었다. 제7조는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넓고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에 어긋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제7조 제1항의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의 행위 태양은 북한의 주장이나 사상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표현행위를 하는 것을 거의 전부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며, 제5항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하는 행위 태양 역시 표현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행위를 다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주관적 요건인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것도 공안기관의 주관적·자의적 판단을 가능케 하며 결국 특정인의 ‘사상’을 심사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공안기관의 잣대로 자의적인 국가보안법 기소와 판결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무엇보다 청산되어야 할 반인권 악법이다. 1948년 제정 이후 지난 72년 간 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며,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다. 유엔은 1990년대 이후 계속하여 국가보안법과 특히 제7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폐지를 권고하였으며, 2015년에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를 권고하였다. 또한 국가보안법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에서도 이미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제청결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수원지방법원 2017초기 1410결정, 대전지방법원 2017초기226 결정 등), 많은 사건들의 진행이 중단된 채로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들은 국가보안법 조항의 불명확성과 자의성으로 인하여 무리한 기소(해방연대)와 지나친 처벌의 확장(혁명동지가 제창)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불명확성과 자의성을 법원의 판단에 맡겨 통제하는 것은 한계를 가지며,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가장 많이 악용되어 온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서 위헌제청결정 등 많은 위헌 소송이 제기되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판단할 것을 촉구한다
2020. 5. 1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200515[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 두 개의 국가보안법 판결로 드러난 국가보안법 제7조의 자의성과 위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