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임신한 여성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 손상,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국회와 행정부의 조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
대법원은 2020. 4. 29. 임신한 여성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 손상,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은 2002-2003년 입사 후 2009년경 임신해 2010년경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다. 2009년과 2010년에 임신한 간호사 27명 중 9명이 유산했고 18명이 출산했는데, 이 중 4명이 위 간호사들이다. 2009년 대한민국 유산율은 20.3%, 제주도 유산율은 20.6%인데, 제주의료원의 유산율은 무려 2009년 40%, 2010년 38.5%였다.
4명의 간호사들은 평균 300-500정의 약품을 분쇄하는 업무 과정에서 약품을 흡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품들은 미국 FDA 임부투여안정성 등급 X등급(임부에게 투여 금지) 17종, D등급(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있음) 37종이었고, 임산부 복용시 선천성 심장 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었다. 그 외 오물처리작업, 욕창환자 드레싱 및 용품 소독, 박스 나르기, 서서 일하기, 쪼그려 작업하기, 불규칙한 업무가 확인됐다. 경영상 이유로 항상 간호사가 부족했고, 간호사 1인 당 40여 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했다.
1심 법원은 간호사들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법원은 태아의 건강손상은 엄마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며,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실제로 어떻게 얼마나 산재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법 정책적으로 풀 문제이며 산재보험법과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명확히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입법자가 이를 게을리하는 경우 법원이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형성’을 하여 나름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해법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실무상 어려움을 이유로 산재 불인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는 본인으로 한정되며 출산한 자녀를 이유로 여성근로자가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며 뒤집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라며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로부터 충분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수급할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산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관련하여서는 “피고는,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업무에 기인하여 ‘유산’할 경우에 한하여 이를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의 완전성 손상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 서 있는데,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손상의 정도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를 달리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 모성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유산과 태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유산이 태아의 건강손상(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의 선천성 질병․장애아 출산)보다 우선적인 보호가 필요한 중한 결과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성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의 측면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한 결과를 야기할 것임이 분명하고, 정신적 고통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후자는 출산 이후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므로 정신적 고통의 측면에서도 전자보다 후자가 덜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로 태아의 건강손상,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헌법 제32조 제4항 전단은 ‘여성의 노동의 특별한 보호’를,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의 모성의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각 규정하고 있다. 우리 모임은 임신한 여성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 손상,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나아가 국회와 행정부가 관련 법령을 이번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게 조속히 개정·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20. 4.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여성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