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 엄벌하는 입법안 마련하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불법사찰 혐의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에 대한 형사판결에 부쳐-
1.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2일 직권을 남용해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손정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1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박태규 전 1처 1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이들은 법정 구속되었다. 재판부는 이들이 직무 권한의 행사를 통해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지위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공모관계도 인정되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다.
2. 국군기무사령부의 사찰 목적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 등 당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순수한 유가족과 그렇지 않은 유가족으로 갈라치기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를 반정부선동으로 여론 조작하는 것이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사찰행위는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을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시켜 정서적 불안과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여 정상의 상태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었다.
3.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세월호참사와 같은 대형재난 참사의 피해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 요구 활동 등을 사찰이라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처벌된다 것을 명확히 했다. 둘째, 희생자 또는 피해자들을 사찰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반 헌법적인 행위이고, 사회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4. 한편 이번 판결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 사찰행위를 지시한 자는 처벌된다고 하였지만, 사찰행위를 직접 수행한 국군기무사령부 부대원은 처벌받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수행한 자가 오히려 피해자라는 인식과 함께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피를 묻힌 자가 처벌되어야 한다는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 또는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 목소리를 방해하는 행위는 처벌받아야한다. 이번 판결은 조롱, 모욕, 허위사실의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 또는 희생자를 사회공동체로부터 분리시켜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일체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5. 따라서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촉구한다.
첫째, 세월호참사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또는 희생자들이 외치는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국민의 당연한 기본권으로서 확인하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책을 마련하라.
둘째, 재난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또는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 모욕,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행위 등 2차 가해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입법을 마련하라.
6. 우리는 세월호참사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가장 고통받게 되는 사람이 참사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들이고, 이들이 외치는 진상규명의 목소리는 우리 헌법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밝히려는 활동과정에서 끝내 국군기무사령부의 사찰행위를 밝혀내고 이들을 처벌하도록 하였다. 마찬가지로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을 조롱, 모욕하고 허위사실의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 등 2차 가해행위를 일삼는 자들도 끝까지 추적하여 처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아픔이 공동체 모두의 아픔이며, 참사의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빨리 돌아오도록 돕는 것이 공동체 회복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3일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