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10월 회원행사 – 덕수궁 돌담길 투어 후기
신예지 변호사
지난 10월 13일에는 10월 회원행사로 덕수궁 돌담길 투어가 있었습니다.
모임 당일이 토요일이어서 대한문 앞에서는 극우집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극우집회에서 음향을 너무 크게 설정해 놓아 그 주변에 있기만 해도 굉장히 시끄러워서 사람들이 대충 모이고 피하듯 덕수궁으로 들어갔습니다. 덕수궁에 들어서니 그래도 소음이 줄었고, ‘세상이 다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 날의 첫 번째 일정은 덕수궁미술관 관람 또는 석조전 관람을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석조전을 관람하는 일정을 선택했습니다.
석조전 관람은 예약제로 운영되어 팀을 나누어 관람을 해야 했고, 첫 번째 팀은 회장님 내외분과 저를 포함하여 6명이었고, 다른 예약자을 포함하여도 10명 정도로 오붓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석조전은 밖에서는 많이 봤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석조전 내부는 일제시대에 덕수궁미술관으로 이용될 때 대부분이 훼손되었고 이후 사진 등을 통하여 복원을 한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복원된 공간에는 그 고증에 도움을 주었던 사진이 함께 전시되었고, 당시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해설사분의 설명은 대한제국 및 일제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그 공간에 대한 설명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집중을 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다만 계속 설명이 이어지고 서있어야 하므로 다리가 아플 수는 있습니다).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었던 놋쇠로 된 계단 난간은 차갑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2층 테라스에 나갔을 때 보았던 바깥 풍경은 너무 멋져서 이 광경만으로도 석조전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조전에서 지하에서 대한제국 여권을 탁본해 볼 수 있었습니다(제가 체험 이런 것을 매우 좋아하여…).
이렇게 덕수궁 석조전 관람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덕수궁 돌담길 투어가 진행되었습니다. 덕수궁 주변의 공간들을 가서 그곳과 관련된 역사적 상황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지나치며 외부만 보던 성공회 성당 안에도 들어가서 예배당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서울에 꽤 오래 살고, 덕수궁 돌담길도 몇 번 걸었지만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정동 전망대에도 올라갔습니다. 정동 전망대에서는 덕수궁 및 서울의 중심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고궁이 왜 도심의 허파인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계속 따라 걷다가 예전에는 영국이 통행을 통제하여 갈 수 없었던 공간을 걸으면서 시민의 참여가 이렇게도 중요하구나 하는 점을 다시 깨닫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꽤 오래살았고, 시청 앞에는 굉장히 자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본격적으로 이 주변을 돌아본 것도 처음이었고, 일련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공간들을 찾아내고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도 굉장히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하늘이 너무 높고 날씨가 너무 좋았던, 아직은 단풍이 다 들지는 않았지만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또한 현재 노동위원회 활동만 하고 있는 저로서는 민변의 다른 회원분들도 만나 뵐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다른 회원분들이 배우자나 자녀분들과 함께 온 것을 보면서 저도 나중에 이렇게 가족들도 함께 교류를 하고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