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소식
안녕하세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의 김진입니다.
저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라는 단체에 상근하고 있는데요. 요새 그 어떤 때보다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약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여 난민 신청을 한 이후, 모두 잘 아시다시피 이러한 난민들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 참여가 70만명을 넘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공포는 혐오로 이어져 외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혐오를 조장하는 듯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마 다음에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조금 줄이고, 오늘은 민변 회원분들께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연대위가 참여하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한국심의대응 시민사회 공동사무국 (이하 “시민사회 사무국”)’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1.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대한민국의 심의
흔히 CERD라 부르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제8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조약기구로, 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국가의 협약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합니다. 현재 177개국이 가입한 (대한민국은 1978년 가입) 인종차별철폐협약은 ‘인종, 피부색, 혈통, 민족적 또는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CERD는 심의를 통해 이러한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하여 당사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심사하고, 당사국에 필요한 권고를 내립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2012년에 이어 6년 만인 올해 12월, 국가 심의가 진행될 예정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심의에 대비하여 이미 17차-19차 통합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요. 정부보고서가 주로 정부의 입장에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나열한 만큼, 시민사회 역시 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한민국 내 인종차별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알릴 수 있습니다. 이에 국내 이주, 난민, 여성, 성소수자, 법률 단체 등은 지난 3월부터 시민사회 사무국을 조직하여 보고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변 국제연대위도 이 시민사회 사무국에 참여하여 다른 단체들과 함께 협약 이행상황과 인종차별 실태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 협약 전문:
https://www.humanrights.go.kr/common/pdfview.jsp?boardtypeid=7041&boardid=7602173&info=4432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제17차, 제18차, 제19차 통합 국가보고서:
https://www.humanrights.go.kr/common/pdfview.jsp?boardtypeid=7041&boardid=7602176&info=4435
인종차별 보고대회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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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종차별 보고대회: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한편, 시민사회 사무국은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보고서 초안의 내용을 공유하여 더 많은 의견을 담고자, 지난 7월 20일 ~ 21일 양일간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 인종차별 보고대회’를 개최, 진행하였습니다. 무려 이틀간 진행된 보고대회는 1부 한국사회와 인종차별을 말하다; 2부 현실을 말하다; 3부 쟁점을 말하다; 4부 미래를 말하다 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이 자리에서는 대한민국 인종차별의 역사와 배경, 국가는 인종차별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미디어나 종교집단, 혐오조장 단체 등은 이러한 인종차별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또 인종차별의 선긋기는 어디에서 교차되고 있는지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사무국으로 참여하여 보고대회 기획 및 진행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장보람 변호사님을 비롯하여 여러 위원들은 사회, 발제 및 토론으로 참여하여 열띤 활동을 펼쳤습니다. 또 민변의 정소현, 장설희 자원활동가도 이틀 내내 참석, 원활한 보고대회의 진행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워낙 반 다문화, 소수자 혐오단체의 활약(?)이 대단하여 실무상의 우려가 컸는데요. 의외로 행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였고,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단위에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어 참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틀 간 200여 명이 참석하여 대한민국 내 인종차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보고대회)
3. 향후 일정
국제연대위는 현재 보고대회를 통해 받은 의견을 종합하여 시민사회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고서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9월 중 유엔 인종차별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며,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한국 심의에 대한 현지 로비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 심의 이후 나올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 모니터링 활동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사실 요새 부쩍 심해진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 ‘‘특정 종교’를 차별하자는 것이지 특정 인종을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인종차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 등을 보면 어디서부터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적절한 권고와 그 모니터링 활동은 동아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튼튼하고 굵은 동아줄을 만들기 위한 국제연대위의 활동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