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051 피고인 구은수 외 3 업무상과실치사사건 1심 판결에 대한 논평

2018-06-05 37

[논평]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051 피고인 구은수 외 3 업무상과실치사사건 1심 판결에 대한 논평
– 폭력적 집회 진압을 총괄 지휘하였어도 죄가 없고, 사람을 물대포로 쏘아죽여도 벌금형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깊은 실망을 표한다.

 

서울지방법원 제24형사부(부장판사 김성동)는 故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살수한 피고인 한모· 최모 경찰관,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피고인 신모 당시 기동단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유죄를 인정(피고인 한모 경찰관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도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 신모 기동단장에게 벌금 1000만원, 피고인 한모 경찰관에게 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최모 경찰관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각 선고하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민중총궐기 집회 경찰대응의 총괄 책임자였던 피고인 구은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먼저 살수차를 직접 운용한 피고인 한·최모 경찰관이 살수차 밖의 시위 상황, 살수차와 시위대 간의 거리 등을 파악하여 가슴 윗부분을 강한 물줄기로 맞추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현장지휘자였던 피고인 신모 기동단장이 살수행위에 관하여 확인 및 점검하고, 과잉 살수가 이루어지는 경우 중단을 지시할 주의의무를 어겨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또한 경찰이 피해자의 머리 쪽이 먼저 타격되도록 살수차를 조작하고, 살수차로부터 약 18m 거리에 서 있던 고인에게 강한 살수압으로 살수를 지속하여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인정하고, 고인에게 기왕증이 있었다거나 장기간의 치료로 인과관계가 단절된다는 주장, 소위 ‘빨간우의’에 의한 외력 작용 가능성에 대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여 인과관계 또한 인정하였다. 이는 경찰의 살수차 운용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긴 공권력 집행은 불법이라는 점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 구은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재판부는 구은수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살수차 운용에 대한 피고인 구은수의 주의의무가 다른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와 달리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그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경찰관직무집행법부터 살수차 운용지침에 이르는 각종 살수사 사용의 요건과 제한의 수범자에서 피고인 구은수만 제외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고, 피고인 구은수가 각 현장지휘관들에게 직사살수시 구체적으로 살수할 것을 명하는 등 이 사건과 같은 집회참가자에 대한 부상 발생을 방지할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조차 의문이다. 

아울러 피고인 구은수는 당일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 CCTV를 통하여 집회 곳곳에서 자행된 위법한 직사살수 행위를 알거나 알 수 있었고, “살수차 운용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지침”이라 주장하는 등 지침을 준수할 의도조차 없었음을 스스로 인정하였다. 피고인 신모 기동단장 및 이하 한·최모 경찰관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 이유와 비교하여 본다면 당시의 살수행위가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피고인 구은수와 다른 피고인들을 다르게 판단할 사정도 찾기 어렵다. 결국 가장 큰 지휘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피고인 구은수에게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기존 판결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무상과실치사혐의 등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집회시위현장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국민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할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처럼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고작 벌금형에 그친다면, 무엇으로 국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공권력 남용에 대해 ‘경고’하고 ‘방지’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피고인들이 유가족에 대한 사과의 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빨간 우의’설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까지 동원해가며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유가족들은 수많은 2차 피해에 시달리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경찰공무원인 피고인들에 대한 형벌이 신분에 미치게 되는 영향까지 참작하였다는 이번 판결의 양형에서 정작 유가족들의 이러한 사정이 참작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검찰이 이번 판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소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판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항소심 판결에서 시정되기를 희망한다. 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현장 지휘책임자와 살수차 조작요원들의 ‘실수’에만 기한 것이 아니라,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를 물리쳐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사상 최대의 경력·경찰장비를 동원하는 갑호비상령을 발령하여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초고압 직사살수를 포함한 적대적 행위를 하도록 만든 당시 경찰 수뇌부에도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지휘책임과 형사책임이 엇갈리고 공권력남용에 관대한 이번 판결과 같은 판단이 계속되는 한 공권력남용에 의한 국민의 희생은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 모임은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과 같은 불행한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2018. 6.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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