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위][논평] 드루킹 사건 빌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후퇴 반대

2018-04-23 44

[논 평]

드루킹 사건 빌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후퇴 반대

 

최근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입법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온라인 모임 활동 등 인터넷상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벌이는 조직적 지지나 반대 활동을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지하고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널리 제기됐다. 나아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댓글 활동에 대해 조직성만 있으면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자동화된 수단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현행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해석론까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공론장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이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사이의 자유롭고 생산적인 의견교환을 방해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등의 여론 형성 왜곡 행위를 방지할 입법적 보완이 요구됨이 사실이다. 특히 네이버·다음 등 포털이 기존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인링크 방식(포털에서 검색된 기사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 보도록 하는 아웃링크 방식과 달리, 포털 안에서 그대로 보도록 하는 방식)의 뉴스 서비스와 댓글난 운영 등을 고수하다가 드루킹 사건에 이른 것을 계기로, 그동안 인터넷 뉴스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막대한 이익과 영향력을 누리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아온 포털에 대한 법적 규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음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등에 관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인터넷에서의 각종 표현 활동은 충실한 공론 형성과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로서, 기본적으로 억제돼야 할 악(惡)이 아니라 권장돼야 할 선(善)이다. 또 실명을 밝히지 않고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는 정치적·사회적 약자가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이를 국가 정책결정에 반영시킬 가능성을 열어준다.

 

기본권 신장을 위한 법 해석·적용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는 사법부 역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만큼은 △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ㆍ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의 선거운동 등에 대한 선거운동기간 제한이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7헌마1001 등 결정) △ 인터넷 공간에서 선거활동을 목적으로 카페 등을 개설하고 회원 등을 모집하여 일정한 모임의 틀을 갖추어 운영하는 인터넷상 활동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서 허용되어야 하며, 위와 같은 인터넷 카페 개설 및 그 활동을 전제로 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을 갖는 별도의 준비 모임이나 카페 개설 후 일부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사조직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2190 판결) △ 인터넷 실명제(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인확인제)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 등을 통해 보다 전향적으로 태도를 변화해왔다.

 

따라서 위 판례 취지와도 정면충돌하는 인터넷상 선거운동(정치적 표현) 금지, 인터넷 실명제 부활 등의 위헌적 주장들까지 드루킹 사건을 빌미로 쏟아지는 현실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또한 ‘시민들이 매크로 등을 이용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조직적인 댓글 달기·추천 등 활동을 벌이는 것도 사이트 운영자인 포털을 피해자로 한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일각의 해석론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우월적인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님을 간과한 것으로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댓글 활동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 이로 인해 방해받은 포털의 업무 내용이 존재한다고 보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부당한 주장임이 분명하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킬 수 있는 바람몰이 졸속 입법 추진과 무리한 현행법 해석·처벌론 주장 등은 일각의 여론 왜곡 행위를 막는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전반을 심대하게 억압하겠다는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반대함을 명백히 천명하며, 드루킹 사건에 대한 신속·공정한 수사와 기타 인터넷상 여론 왜곡 행위들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기초로, 시민들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키지 않으면서도 인터넷 공론장에서의 민주적 여론 형성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제부터 깊이 있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임을 지적한다.

 

 

201842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위원장 이강혁

첨부파일

180423 [언론위][논평] 드루킹 사건 빌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후퇴 반대.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