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경의선 공유지 현장 월례회 – 시민이 꾸리는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를 상상하다

2018-03-05 29

[민생위] 경의선 공유지 현장 월례회 
– 시민이 꾸리는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를 상상하다

기차가 다니던 자리에 시민들이 장터를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은 이 장터에 언제나 사람이 북적북적한 장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늘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벼룩시장, 수공예 제품,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과 사방치기를 할 수 있는 공터가 생겼습니다. 도시 재개발로 ‘주거난민’이 된 청년도 늘장이 있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그 장터를 어떻게 하면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남겨둘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도심 개발의 흐름을 피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가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남기는 방법을 찾아내려고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경의선 공유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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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 2월 21일 (수) 이곳에서 현장월례회를 진행했습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활동가들로부터 경의선 공유지에 개발사업이 추진된 경위와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시민의 공간으로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듣고 법적 이슈에 대한 고민도 나눴습니다. 또 현재 경의선 공유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주거난민 ‘뜨거운 청춘’의 이희성 씨의 도시난민 경험을 나누고 도시 주거 난민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개발사업 주춤하는 사이 경의선 공유지에 들어온 식구들

원래 경의선 기차가 지나다녔던 이 곳은 철도 지하화 사업으로 ‘철도유휴부지’가 되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주) 이랜드 공덕과 30년간 임대계약을 맺고 이 자리에 생활주택을 건설하는 개발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 2015년까지 생활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축소·변경되어 지금은 사실상 관광호텔 계획이 되어버렸습니다.

2013년 마포구는 기차가 지나가지 않아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경의선 공유지를 시민·지역단체가 꾸린 ‘늘장 협동조합’에 맡겼습니다. 경의선 숲길의 공원과 작은 플리마켓을 합쳐 ‘늘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어른들은 수공예 제품을 구경하거나 맥주 한 잔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죠. ‘2015년부터 이곳에서 진행될 도시개발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경의선 공유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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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2015년부터 생활주택 건설이 시작되어야 할 이곳엔 지금까지 어떤 개발이나 사업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경의선 공유지에는 식구가 늘었습니다. 2016년 마포구 ‘아현동 포차거리’ 강제 철거 이후 ‘아현 포차 이모님’들이 경의선 공유지에 임시 포장마차를 만들고 영업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날 ‘아현포차 이모님’이 운영하는 포차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포차 안에는 지금은 사라진 아현동 포차거리 시절의 마지막 모습과 철거 용역과 싸우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따뜻한 밥에 시원한 쇠고기뭇국, 소주 한 잔에 꼼장어까지. 이모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김태근 변호사는 ‘속이 풀리는 것 같다’며 국물을 들이키고, 박정만 변호사도 “정말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다”고 밥을 두 공기나 비웠습니다.

청년 주거난민 희성씨, 주거권을 말하다

경의선 공유지에는 청년 도시 주거난민 이희성씨도 머물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꿈을 꾸며 서울로 올라온 이희성씨는 동대문과 가까운 성동구 행당동에 작은 방을 얻었습니다. 행당동에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자 세입자들은 아무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습니다. 재개발 조합은 임대인들에게 ‘주거이전비 1000만 원을 받으려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고 했고, 임차인들은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속수무책 쫓겨나야 했습니다.

12월까지만 버티면 그래도 방을 구할 수는 있었을 텐데. 봄이 절정이던 2015년 4월 하순, 희성씨의 집은 강제철거됐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구청 마당 원두막에서 노숙을 하는데, 봄인데도 새벽이 너무나 추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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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희성씨는 청년 주거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가와 서울시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청년 주거난민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무작정 내쫓는 도시 재개발에 반대하고 세입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제도와 행정의 눈으로 볼 때 희성씨는 ‘거주불명자’이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입니다.

경의선 공유지를 서울 시민의 26번째 자치구로

현재 경의선 공유지의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주)이랜드공덕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기미가 없는 상태입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은 ‘26번째자치구운동’과 힘을 합쳐 경의선 공유지를 자율적이고 이질적인 시민들의 공유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제적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시민이 직접 꾸려 나가는 공유지 ‘공덕 커먼즈’를 만들어 이곳에서 지식과 예술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계획입니다.

가장 큰 전제는 기존 (주)이랜드공덕의 사업계획을 해소하고 서울시나 철도시설공단을 통해 이 공간을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꾸려나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은 이와 같은 시민 공유지 계획을 서울시나 철도시설공단과 함께하는 협력사업으로 만들고자 제도와 절차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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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월례회를 추진하고 준비한 김태근 금융부동산팀장은 “공덕 커먼즈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으면 좋겠고, 여기서 사실상 홀로 숙박 중인 ‘뜨거운 청년’ 이희성 씨가 자기 꿈을 찾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또 “도시난민이라는 화두를 (계속) 잡고 있는 그분들이 고맙기도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월례회에 참석했던 김가희 변호사 역시 “기사와 댓글로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이 현장에 있었다”며 “그 현장에 선배 변호사님들이 먼저 도착해 계신 것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 월례회”였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민생위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 월례회’는 올해 몇 차례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또 다른 현장 소식은 다음 소식에 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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