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신입회원 간담회 후기 (2017. 3. 23.)
권호현 변호사
간담회(懇談會) :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
간담회가 이렇게 친근하고 부드러운 뜻을 가진 단어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정책간담회, 기자간담회가 입에 착착 붙는 걸 보면, 간담회란 단어는 다소 공식적이고 엄숙한 느낌이지 않은가. “와인과 함께하는”, “신입회원”, “간담회”가 열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애써 조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변 신입회원 환영의 밤”, “민변, 나의 동료가 되라”, “하늘과 바람과 민변과 신입”, “젊은 민변, 잠 깨어오라”등 무난한 행사명이 가득한데 “신입회원 간담회”라니 으으… 와인을 붙이면 엄숙한 것이 부드러워질거라 생각한걸까.
오해였다.
와인은 부드러웠고, 간담회는 정다웠다.
20병을 쾌척하신 변호사님의 “와인 병을 따야한다”는 책임감 덕분에 주최 측의 의도와는 달리 미처 간담회 개회도 전에 병을 붉게 채우던 와인들은 사람들 면면으로 스민다. 와인은 과연 “신의 물방울”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색할 수밖에 없는 첫 만남의 공기를 부드럽게 덥혀준 건 달콤 쌉싸름한 와인이었다.
회장님의 환영사, 회원팀장님의 민변사를 지나 위원장님들의 신입회원들에 대한 위원회 가입 구애의 시간. 사법위가 신입회원들에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웠던 것만 기억난다.
“신입회원” 간담회인만큼 제일 중요한 “신입회원”들의 자기소개 시간. 단이아빠님의 단호하고 유쾌한 진행이 자기소개 사이사이의 어색함을 웃음으로 녹인다.
“노동법 덕후, 마라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대박, 경찰, 검찰”
키워드 세 개를 쓰게 하고 그 중 임의로 하나를 선정해 자기를 소개하게 하는 방식은 짧은 시간임에도 웃고 떠들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보는 40여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지라, 단 세 시간만으로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는 어려웠을 테다. 다만, 그 자리에 있었던 신입회원들, 또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변을 밀고 끄는 간사님들, 변호사님들은 한 가지는 분명히 느꼈을 테다.
“이번 신입들은 유쾌한 녀석들이네, 기대된다”
동기들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아쉬움은 천천히 채울 수 있을 테다. 비슷한 생각을 나누고픈 갈망을 가진 유쾌한 녀석들이 모였으니.
단체사진을 찍지 말자는 공감대가 산뜻했고, 자기 주변을 자기가 치우는 모습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