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노동위원회 – 오사카 노동자변호단 제19회 정기교류회 후기
전민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라 합니다)와 오사카 노동자변호단(이하 ‘노변단’이라 합니다)의 제19회 정기교류회가 2016. 11. 5. 토요일 10:00에 오사카 미나토구민센터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위 교류회의 첫 참가자로서, 해당 교류회 참가 후기를 몇 자 남기고자 합니다.
세미나 1부에서는 한일 양국의 2015~2016년 주요 노동법령 및 판례의 변화 보고가 있었습니다. 우선 노변단에서는 금년 4월에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법의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합리적 배려의 제공의무를 정한 것으로, 특히 이와 관련하여 정신(지체)장애인을 법정고용률 산정의 기초에 추가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어서 소개한 ‘야마나시현 신용조합사건’에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퇴직금 기준 변경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 및 날인을 하였다 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 입니다. 해당 사안에서 원고들은 복잡한 퇴직금 계산 방식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퇴직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수 도 있었던 바, 재판부는 이에 대하여 근로자가 설령 서면에 의한 동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한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점에서 기존의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사유를 보다 넓게 인정한 판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 일본 노동계에서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화두인 바 이와 관련한 ‘나가사와 운수사건’을 소개하였습니다. 무기근로계약직이었던 원고들이 정년퇴직 후 회사와 유기근로계약을 하며 종전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던 사안에서, 고등법원은 무기근로계약직과 유기근로계약직 간에 불합리한 차별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정년퇴직에 의하여 퇴직금을 지급한 후 신규 고용관계를 체결하는 경우 임금이 인하되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며, 당 회사가 운수업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으므로 연봉 기준으로 20% 전후의 임금 감액은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사회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불합리하지만 않다면, 동일노동을 하는 노동자에 대하여 동일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됨을 추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부당한 판결에 해당한다고 보여집니다.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지는 대목입니다.
한편 민변 노동위에서는 심재섭 변호사가 노동 5대 악법이라 불리우는 근로기준법(근로시간의 연장), 파견법(파견근로 범위 확대), 고용보험법(구직급여기여요건 강화), 기간제법(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및 산재보험법의 개정 움직임 대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다만, 현재 박근혜 정부의 존립에 대한 문제와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과연 5대 악법이 모두 개정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와서, 이에 대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노동판례 동향으로는 부진인력에 대한 차별적 불이익조치는 부당하다는 ‘KT의 부진인력 차별적 인사고과 사건’ 과 산별노조 지부가 독자적으로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레오만도지회 사건’을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노조법상 조직형태 변경제도가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적시하였습니다.
이어지는 2부 세미나에서는 저성과자 해고문제의 동향 및 해고의 구제방안 발표 및 지정토론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하여 민변에서는 김수영 변호사가 한국의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관한 발제를 하였습니다. 특히 정부가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쉽게 적용하기 위하여 법적 성격이 모호한 지침 혹은 가이드북 형식으로 해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해당 가이드북에서는 노동법이 아닌 계약법적 해석을 통하여 근로자의 능력부족을 근로제공 의무의 불완전 이행으로 보아 통상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는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노동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관하여 김수영 변호사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에 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는 불가능함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만연한 성과중심주의는 노동안정성은 보장하지 못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만을 강조되는 조치가 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발제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노변단 측에서도 업무성적불량을 이유로 한 해고를 소개하였습니다. 다만, 업무성적불량을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 단순히 업무성적불량만을 그 사유로 하지 않고, 기업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등 기업으로부터 배척해야 할 정도에 이를 것, 시정을 위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개선의 전망이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는 점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평가로 인사평가가 이루어지며 일정비율의 저평가자를 해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음을 적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업무성적불량에 대한 해고가 발생할 경우, 그 해고를 다투는 수단으로 노동국에 의한 알선, 노동심판제도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해고의 금전해결 수단이 도입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최근 일본 노동계의 근황을 소개하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장시간에 걸친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양국의 참가자들이 저성과자 해고에 관하여, 그 기저에 흐르는 성과주의에 관한 근본적인 비판의식을 공유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성과주의가 기업의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데에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음이 증명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왜 아직 성과주의가 만연하는가에 대한 일본 측 교수님의 질문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아직 마땅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도 나아갈 길이 요원함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미나 발제자, 교류회 진행팀 및 각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토론 열기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온 양국의 노동변호사 선배님들의 열정을 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와 함께하는 변호사들이라는 공감대를 나누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되새기며, 참가자 모두에게 좋은 자극이 될 본 교류회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