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논평] 대법원의 획일화를 가속화하는 대법관 후보자 추천제도, 민주적 방식으로 개정되어야한다.

2016-07-20 27

[민변][논평] 대법원의 획일화를 가속화하는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

민주적 방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월 18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신임 대법관 후보로 조재연 변호사, 이종석 수원지방법원장, 김재형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은애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이들 중 1명은 오는 9월 1일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장은 이날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법률가로서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 며,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도덕성과 청렴성까지 두루 겸비했다고 판단되어 대법관 적격 후보로 추천하였다“고 밝혔다.

 

현직 대법관의 구성을 보면 14명 가운데 판사 출신이 13명(검사 출신 1명), 서울대 출신이 12명, 남성이 12명, 임명 당시 50대가 12명이다. 이는 폐쇄적이고 편향된 대법관 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결과 이번만큼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균형 있는 대법관을 추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았다.

 

이번 신임 대법관 후보군은 종래의 대법관 구성을 그대로 고수하였는데, 대법관 후보자 4명 중 판사 출신이 4명, 서울대 출신이 3명, 남성이 3명, 임명 당시 50대가 3명이고, 이들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소수자, 사회․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흔적은 전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추천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이 재임 기간 동안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과 광우병 보도 등에서 적극적으로 소수의견을 내면서 보수화된 대법원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취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천은 대법원의 보수화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대법관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고 소수자와 사회․경제적 약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판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대법관후보추천제도로는 대법관의 실질적 다양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념의 반영을 위해 배경이 비슷한 고위법관 출신 위주의 대법관 구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률, 나아가 헌법 개정에 의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실질적인 추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그 구성과 추천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 중 대법원장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는 3명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 대법관 후보 추천과정의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보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6월 발간한 ‘개혁입법과제’에서 그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위원 중 ‘대법관 아닌 법관 1명’도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정하도록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에 심사대상자나 피천거인을 제시할 수 있게 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7조와 비공개로 후보를 천거하도록 한 같은 규칙 제6조 제2항도 후보자 검증의 공론화에 반하므로 삭제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대법관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판사나 검사 이외의 직에 있던 사람으로 구성하고, 나아가 대법관 증원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대법관이 임명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더 궁극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하여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을 폐지하고, 대통령이 국회의 가중다수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거나 가중된 결의 요건 하에 국회에서 대법관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대법관 임용방식을 바꾸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까지 다수의 대법관이 교체되어야 하는 지금이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를 개선할 적기이다. 국회와 법원은 이 기회에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16년 7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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