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개된 밀실에서 이루어진 비례대표 축소 합의에 반대한다.

2015-12-04 14

공개된 밀실에서 이루어진 비례대표 축소 합의에 반대한다. 

 

12월 3일,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은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양당은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한 가운데, 현재 246개인 지역구 수를 7개 안팎으로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양당의 합의는 국회의장 중재라는 형식으로 국회 내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졌으나 사실상 ‘공개된 밀실’에서 이루어진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양당이 만난 밀실에 소수 정당은 없었다. 양당이 만난 밀실에 “다양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국회 문턱을 낮추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양당이 만난 밀실에 ‘승자독식-투표가치 비례성 세계 최하위’의 한국 정치를 개혁하려는 정치적 양심은 없었다.

우리는 공개된 밀실에서 이루어진 양당의 정치 카르텔을 위한 비례대표 축소 결정에 반대하며,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비례대표 축소 합의를 철회하라. 헌법재판소가 작년 10월 30일 “인구편차 상하 33⅓%(인구비례 2:1)를 넘어서지 않도록 국회의원 선거구를 개정”하도록 한 결정은 현행 비례대표 의석수의 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제가 “거대 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며, 사표를 양산하는 다수 대표제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임을 선언한 바 있다. 지역구 수를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비례대표제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다.

둘째, 한 표의 가치가 동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 현행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유권자가 던진 한 표 한 표의 투표 가치가 국회 의석수로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거대 양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군소정당은 득표율보다 적은 의석을 갖게 되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는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하여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통해 ‘투표가치 비례성 세계 최하위’라는 한국 정치의 오명을 해소하여야 한다.

셋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최소 2:1로 하는 근본적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착수하라.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 300명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금기의 숫자가 아니다.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를 구성하려면 비례대표 의석 확대와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하여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을 2:1로 하는 방안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선의견」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당장 국회의원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증가가 불가피한 지역구 수에 상응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함께 늘리는 대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거대 정당인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 양당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는 현행 제도를 고착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양당은 비례대표 축소 논의를 즉시 철회하고 유권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공정한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에 착수하기를 촉구한다.

 

 

2015. 12.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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