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옹호와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활용’ 강연 후기
‘인권 옹호와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활용’ 강연 후기
: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접근성과 실효성에 대하여
14기 자원 활동가 안혜성
11월 14일 사무처 주관 월례회는 국제 연대 위원회 이동화 간사님의 강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강연의 큰 주제는 ‘국제적인 메커니즘을 통한 인권 옹호 방안’ 이었습니다. 강연의 주요 골자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권 옹호를 위하여 유엔의 헌장을 기반으로 한 기구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유엔 인권 이사회의 보편적 정례 검토제도(UPR), 특별절차제도, 특별 보고관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조약을 기반으로 한 각종 기구의 인권 옹호 절차와 비정부기구(NGO)를 활용한 주요한 국제 인권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개괄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강연이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강연의 내용이 과거 국제법 수업을 들을 때에 배웠던 내용과 비슷함에도 느끼는 바가 전혀 달랐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국제 메커니즘에 대한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꼭 1년 전인 작년 11월 쯤, 제가 들은 국제법 수업에서는 인권과 관련된 여러 협약과 유엔의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그때 교수님의 수업을 받아 적으며 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외국에 있는 인권 기구와 접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하고 언어적 장벽도 있기 때문에, 설사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활용하기에는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저에게 이러한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이 UN과 연계되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해 들으며 이론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현장에 상을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실효성’ 부분에 대한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국제법은 국가가 의무를 위반 했을지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개별 국가를 모두 국가를 포괄하는 상위의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권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에 국제적 제재를 가하는 등의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금까지 인권은 기본적으로 국가주권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따른 국내문제로 간주되었습니다. 따라서 국제 인권 기구에 의한 인권 개선 권고조치도 마찬가지로 주권 국가에게 강제력은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저는 인권 법을 비롯한 국제법은 ‘언제든지 위반될 수 있는, 그리고 그 위반 사항을 시정할 수 없는 무늬만 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연을 통해 국제 인권 메커니즘이 국내적 조치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 이라는 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치로 드러나는 확률로 본다면,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실효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조치는 ‘수치’상으로 확률이 적어도, 그 기회를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면 예외적으로 혹은 점진적으로라도 인권 침해 상황을 개선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인권은 결코 베팅 싸움이 아닙니다. 어디에 더 많은 성공 확률이 있는지에 기대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연 이후에도 저에게 내내 울림을 주었던 말로 강연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 당장의 효과가 없다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의 기회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