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한국노총에 노사정 협상 탈퇴를 촉구한다.

2015-04-06 21

[성 명]
한국노총에 노사정 협상 탈퇴를 촉구한다.

노동계에서는 유일하게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노사정 협의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이 지난 3일 조건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협상 중단에 대해 한국노총은 “정부와 사용자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이지 아직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한국노총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협상을 중단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실현하기를 원한다면 정부와 재계가 쳐 놓은 함정에서 빠져나와 협상 결렬을 단호히 선언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협의에 참여한 것을 두고 진즉부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노사정 협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어떤 결과를 전제로 하고 있었는지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고용의 경직성에 기인하고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과보호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입장의 귀결은 고용의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협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내하도급 합법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저성과자 해고 기준 마련, 업종 제한 없이 55세 이상 파견 허용,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중요한 대책안으로 내놓았다. 이는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으로 노사정 협상을 개시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전개된 상황은 모든 사람이 우려한 대로였다. 재계와 정부, 여기에 더하여 ‘공익’을 위한다는 전문가 그룹까지 모두가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이간질하면서 정작 경제 위기를 가져 온 재계의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국노총에 협의를 강요하면서 기한 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책임을 한국노총에 돌렸다. 언론 역시 ‘노사정 대타협 결렬 위기… 전향적 양보만이 답’이라는 기사들을 쏟아 내며 한국노총을 몰아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보여줘야 할 입장은 명확하다.

우리는 한국노총이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노사정 협상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인권과 경제적 지위의 개선은 노동자의 일방적 양보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분명한 의지와 기업의 방향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한 치의 진전도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으니 애초부터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이다. 해서 우리는 한국노총이 정부와 재계가 마련한 그 틀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정으로 한국노총의 결단을 촉구한다. 최소한 지금은 노동자가 정부와 재계와 함께 협상을 할 때가 아니다. 다행히 아직 때가 늦지 않았고, 한국노총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노총이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이라면, 지금 바로 노사정 협상을 중단하고 노사정의 이름으로 자본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협의테이블에서 철수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

2015. 4.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 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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