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위원회,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과의 만남

2015-02-25 28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과의 만남

 

이정선 변호사

 

2014년 개봉된 영화 <카트>는 2007년 이랜드 그룹 산하의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한국 최초의 상업영화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카트>의 이야기를 접한 후 ‘영화’를 볼지 말지 상당히 고민이 되었습니다. 2007년 당시의 실제사건 장면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며 또다시 영화를 통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카트>를 찍으신 부지영 감독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대사가 너무 절박해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 순간 자신이 없어졌지만, 어느 새 선희(염정아 분), 혜미(문정희 분), 순례(김영애 분)의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며,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실제 홈에버 사태가 500일이 넘는 투쟁 끝에 12명의 주요 노조원들의 퇴사를 조건으로 남은 조합원들의 복직이 결정되었음을 알려주며 끝납니다. 하루 아침에 해고된 우리의 어머니들이, 친구들이, 동생들이 너무 억울해서 시작한 싸움이 2년 가까이 지속된 끝에 얻어낸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그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너무 많이 상처받지 않았나 하는 억울함에 저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억울함을 간직한 채, 부지영 감독님과의 만남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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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였지만 만남의 장소였던 홍대 까페에는 이미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와 계셨고, 뒤이어 부지영 감독님께서 오셨습니다. 감독님이 너무 동안이어서, 재빨리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였습니다.^^; 촬영 에피소드와 함께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함께 어우러졌지만, 역시 관심은 영화 <카트>의 제작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습니다.

 감독님은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변호사들의 모임이라고하여 다소 긴장을 했었지만 막상 와 보니 대학교 동아리방에 온 것 같다며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생활비를 벌러 나왔던 선희가, 혜미가, 순례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아 연대를 이루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으셨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 내내 느꼈던 억울함이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습니다.

 <카트>의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사회적 신념이나 이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저 생활비를 벌러 나왔던 평범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영화는 그들이 ‘해고’라는 억울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용기를 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존재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기에 긴 투쟁기간이나 조합원의 복직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리 높여 외쳤던 과정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약 2시간 여에 걸친 길지 않은 만남을 마치고 헤어질 즈음,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3편 이상 찍은 여성 감독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전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의 우리 모습이, 마치 영화 속에서 ‘선희’를 압도하던 커다란 벽 같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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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주제를 재미있고 즐겁게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부지영 감독님과 변호사님들 덕분에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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