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제17회 정기교류회 발표와 토론 후기
안녕하세요. 이번 민변 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제17회 정기교류회에서 한국의 주요 노동법안 변경사항을 발표한 김진입니다.
이번 교류회에 참여하지 못하신 회원님들께 간략한 내용을 전하고, 앞으로 교류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고민하는 데에 조그만 도움이 되고자 짧은 후기를 남깁니다.
민변 노동위에서 준비한 내용은 한국의 주요 노동법안 변경사항 및 주요 판례동향 보고, 국가에 의한 단결권 침해 사례 발표와 토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제가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주요 노동법안 변경사항을 보고하였습니다. 인트라넷에 올린 토론 자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동법안 중 특히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법률 변경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이에 대하여 오사카 노변단 측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부러움을 표시하였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한국의 일하는 여성의 위상이나 사회적 배려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하는 최후의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201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여성취업률은 전체 34개국 중 29위로 하위권이며,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 또한 77%로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최고로 높습니다. 한국의 이번 노동법안 변경을 계기로 일하는 여성의 출산과 육아환경이 조금이라도 향상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다음으로 이용우 변호사님께서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의 주요판례동향을 보고하였습니다.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례, 통상임금 관련 판례, 정리해고에 관한 판례, 노조의 유인물 배포행위에 대한 판례, 출퇴근 재해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오사카 노변단에서는 일본에는 없는 통상임금의 의의에 대한 질문을 하고, 정리해고 후 우선재고용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단체협약에서 정리해고에 관한 사항을 제한하는 실례가 많은지에 대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통상임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고, 정리해고에 대하여 한일 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는 강영구 변호사님께서 직접 진행 중이신 전교조 법외노조통보를 중심으로 한 국가에 의한 단결권 침해 사례 발표를 하였습니다. 한국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대하여 전교조 결성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과를 설명하고, 그 쟁점과 판결의 요지를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강영구 변호사님의 전교조 탄압에 대한 열정적인 변론 내용에 감동 받은 많은 분들께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발제를 마친 후,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공립학교의 교직원과 사립학교의 교직원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 확인했습니다. 또한 직원단체 등록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양국의 상황과 비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에 대한 한국의 여론은 어떠한지, 법외노조 지위에서 어떠한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하여 질의 응답하면서 발제와 토론을 마쳤습니다.
오사카 노변단에서는 오전시간 김용수 변호사님께서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노동판례 동향을 발표하셨습니다. JAL정리해고사건, 마츠다사건, 미쓰비시사건, 고베형무소 관리영양사사건을 소개하였습니다. 정리해고의 4요건을 점검하고, 파견노동자의 고용관계 성립여부에 대해 두개의 판례를 비교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하여 일본 판례에도 한국처럼 정리해고의 요건을 꾸준히 완화해 온 일련의 경향이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질문하고, 한국과 일본의 파견법의 차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이어서 오후에는 야마나카 유리, 타카기 사치코, 시브타니 유카 변호사님께서 일본 노동법의 규제완화에 대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발표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노동·고용 분야의 규제 완화가 실시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96년 노동자파견법 개정으로 노동자 파견이 허용되는 예외적 업무가 26업종으로 확대되고, 1999년 개정으로는 노동자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만 열거되는 원칙과 예외의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또한 2003년 개정으로 파견 기간의 상한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한국은 이정도로 규제가 완화되지는 않았지만, 한일 양국 간에 법체계가 비슷한 점이 많고, 서로의 경향을 따르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를 바라봐 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습니다. 점점 노동법 규제 완화가 심해지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을 느끼고, 우리 민변 노동위에서 노동법률 입법동향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노동법과 현황에 대해 비교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배우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한국의 노동법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일본의 노동법과 판례에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겠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교류회에 참가하신 민변 노동위 변호사님들과 오사카 노변단 변호사님들 모두 ‘서로의 법을 더 제대로 알고 싶다’고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1년간의 노동법안 변경사항과 주요판례동향을 모두 보고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것입니다. 나열식의 소개를 하기보다는 오사카 변호단 측에서 준비한 것과 같이 가장 이슈가 되었던 판례 몇 개를 선정하여 깊이 있게 소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교류회를 계속하면서 매끄러운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토론문화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질 때, 발제자가 발제를 한 뒤 토론자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발제자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발제자가 발제를 한 뒤, 준비된 질문지에 대하여 읽는 것을 생략하고 토론자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 바람에 질문을 준비한 우리 측 토론자가 앞에 나가서 질문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발제에 대한 질문의 답을 듣는 것이 중요한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그 답이 문서화되지 않고 각자의 말로만 설명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문서화해서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교류회에 참여하기 전에 더욱 매끄럽고 준비된 토론을 하기 위하여 교류단이 사전모임을 진행하여 발제와 토론을 직접 점검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 과정을 가질 것을 제안합니다.
사실 햇병아리 신입 변호사인 제가 한-일 노동 변호사님들이 함께하신 권위 있는 자리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발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가슴 떨리는 경험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준비하지 못하고 부족한 발제를 한 점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내년, 내후년에 열리게 될 교류회에는 더 많은 회원님들이 참석하여 소중한 경험을 하시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정성스럽게 토론을 준비해주신 오사카 노변단에 감사드리고, 저에게 이렇게 훌륭한 기회를 주신 민변 노동위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만국의 노동자 변호사도 단결하라! (최용근 변호사님의 명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