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소식] 과거사청산위원회

2014-08-25 466

저희 과거사위원회 운영 컨셉은 ‘따로 또 같이’입니다. 과거사위 안에 쟁점별로 변호단이 꾸려져 있어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열고 이슈에 따라 대응을 합니다. 그러한 활동내용을 위원회에서 공유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하여는 전체회의에서 의논하여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이슈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대응을 위하여 도입한 시스템인데 그 효과가 아주 좋아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현재 꾸려진 변호단으로는 긴급조치변호단, 사할린변호단, 민간인학살 배상청구 변호단이 있습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변호단으로 긴급조치변호단이 있는데요, 긴급조치변호단은 2013. 3. 21. 유신정권에서 발효된 긴급조치 1, 2, 9호의 위헌결정을 받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긴급조치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의 재심신청을 도우며,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로 자행된 각종 인권탄압,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여 긴 세월 탄압의 그늘에 있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활동을 담은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 있으니 과거사청산을 위한 긴급조치변호단의 활동이 이제 새로운 역사의 일부를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긴급조치변호단은 2014. 8. 30.에는 전라남도로 워크숍을 가서 일출도 보고 두륜산 케이블카도 탈 계획이니 관심 있으신 변호사님들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최근 사할린변호단에서는 사할린 한인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적확인소송에서 승소판결을 거두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2구합26159 판결). 사할린 한인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으나 해방 후 일본이 고국에 보내주지 않았고, 냉전체제하에서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국교가 단절되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사할린에 터를 잡고 살아온 동포들입니다. ‘명자 아끼꼬 쏘냐’가 바로 사할린 한인들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원고는 사할린에 거주하면서 부모님의 뜻을 따라서 러시아국적이나 북한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무국적인 상태로 평생을 살아 왔는데, 이번 소송으로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사할린변호단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할린 한인에 대한 국내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후속 운동 역시 계획하고 있습니다.

 

민간인학살 배상청구 변호단은 요즘 6.25 전쟁 중 포항에서 발생한 미군의 민간인 폭격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미군의 폭격에 관여할 수 있었거나 미리 폭격장소를 알고 국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1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7. 4. 선고 2013가합543529 판결),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1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7. 4. 선고 2013가합529196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런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에서도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여 결국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시효의 기산점을 원고들이 진실화해위원회의 피해인정결정문을 수령한 일자가 아닌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일로 잡았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10220 판결)과 동일한 것이기는 하나, 어떻게 행정청 내부의 의사결정일을 가지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입니다.

 

이처럼 여러 과거사사건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법원의 과거사사건에 대한 입장이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법원은 시효문제로 손해배상청구의 발목을 잡거나, 민주화보상법상의 재판상화해조항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과거사청산 의지의 부족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보고자 과거사위원회는 토론회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토론회 주제는 ① 과거사소송을 통해서 본 과거사청산의 현주소, ② 과거사소송과 소멸시효, ③ 민주화보상법의 재판상화해조항의 적용을 둘러싼 쟁점입니다. 다음달 위원회 소개에서는 구체적인 토론회 계획을 알려드릴 것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