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는 유가족과 국민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2014-08-21 1,114

[성 명]
국회는 유가족과 국민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여야는 2014. 8. 19.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관하여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중에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2인’을 야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서 선정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한 특별법안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위 합의에 반대하며 제대로 된 특별법,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땅을 밟은 직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자마자 “세월호 참사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가슴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하였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하였다. 교황의 4박 5일 유가족들과의 만남과 위로의 메세지가 철벽같은 여당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와대에게 울림이 되기를 기대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결국 유가족이 동의하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것이었다.

교황이 한국을 떠난 지 며칠도 안 된 시점에 나온 두 번째 여야 합의는 잠시나마 교황으로부터 위로와 평안을 얻었던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분노와 절망으로 돌려놓았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교황의 메시지나 국민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을 통해 합의한 내용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특별검사추천의 여당 몫에 대하여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다.

그것은 유가족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추천과정에서 유가족들과의 힘겨루기를 통하여 그 지체 책임을 유가족들에게 전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특별검사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주고 있으며, 특별검사의 활동 기간이나 활동 사항도 특검법에 의한 것인 만큼 그동안 특별검사의 활동처럼 매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 의결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여당이 다수인 구조에서 유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추천한 내곡동 특검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활동기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미완의 수사가 되었다. 유가족이 특별검사에 반대하는 이유는 현행 특검법에 의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처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만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유가족도 원칙적으로 철저한 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를 원하지만 국회가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는 지난 밀실야합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국민들의 명령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고 유가족과 사전 동의 내지 설명하는 절차조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는 무능력을 넘어 국민의 명령을 배반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재난 중 하나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특별법은 더 특별해야 한다. 세월호특별법은 이념, 정파, 여야의 문제도 아닌 우리와 우리 아들, 딸이 살아갈 대한민국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문제이다. 세월호특별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제정 과정 또한 피해자를 치유하는 과정이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며, 대의정치의 순기능을 회복하는 경로이다.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저버린 ‘대의정치의 위기’를 현실로 인정하고, 대안을 재설계해야 한다. 아직도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999년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전례 없는 특검실시를 주장했고 최초로 관철 실시되었다. 아직도 전례를 운운한다면 전례 없이도 실시했던 지난날을 반추해보길 권한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이 아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민이 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을 풀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야, 그리고 청와대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부르짖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흘렀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죽음의 수레바퀴에서 유민아빠를 살리기 위해서 여야는 유가족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유민이 아빠, 아니 다가올 참사로 희생될 내일의 국민을 구하는 길이다.

2014. 8. 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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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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