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삼성 노조탄압 중단, 경영세습 반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파업지지
민변 노동위원회 기자회견문
삼성은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3대에 걸쳐서 ‘무노조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하는 노동3권을 명시하면서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자주적으로 결성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는 불온한 사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코 경영철학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해 7월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설립을 방해하고 조합원 가입을 막았으며 그 이후에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표적감사를 하거나 일거리를 빼앗는 등 노조법 위반의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하였다. 최근에는 노동조합 활동이 가장 활발한 몇 개의 센터를 아예 폐업시킴으로써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이에 굴하지 아니하고 조합원수를 더 늘여가고 있으며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하여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임현우 조합원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여 과로사 하였고, 이후 10월에는 최종범 조합원이 노조탄압 목적의 표적감사를 받고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조합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 중 “삼성전자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못살았다.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종범 열사가 떠난 시기는 표적감사, 일감 빼앗기, 각종 노조원에 대한 전국적인 탄압이 집중되던 시기였다. 그리고 얼마 전 5. 17. 염호석 조합원이 또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염호석 조합원의 유서에는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염호석 조합원은 양산분회의 분회장으로서 누구보다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동료들과 자신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던 사람이었다. 염호석 조합원 사망 이틀째 되는 날 경찰은 장례식장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어떠한 출동사유도 밝히지 아니한 채, 장례식장을 지키던 조합원들과 조문객들을 체포연행한 후 고인의 시신을 빼앗아 갔다. 고인의 장례를 치루기 위하여 고인의 유지대로 치열하게 싸우게 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의지가 두려웠던 것이다.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하여 삼성과, 이에 결탁한 경찰이 시신탈취라는 패륜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안타까운 일들은, 교섭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는 삼성이 교섭에 나서지 않았으며 그 실체가 없는 협력업체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은 교섭을 의도적으로 해태하였고, 동시에 조합원들의 일거리를 빼앗고 업체를 폐쇄하는 등 전 방위적인 노동탄압 인권탄압, 생존권 말살로 말미암아 일어난 비극적인 결과들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요구는 아주 최소한의 것들이다. “건당수수료 제도 폐지”, “노동조합 인정”이 골자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임금체계는 월급제가 아니다. 수리하는 부품과 제품별로 삼성이 모두 정해놓은 수수료들의 총합이 임금이 되는 건당수수료체계이다. 대기시간, 이동시간, 업무준비시간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성수기와 비수기의 급여 차이가 천지차이이고, 평균 급여도 최저임금 수준 내외에 불과하다. 반면에 늘 고객의 부름을 기다려야 하고 한 건이라도 더 벌어야하기 때문에, “별을 보고 출근해서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업무강도를 견뎌야한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생겨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는 질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여전히 무노조경영의 기치 하에 불법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이윤을 창출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이는 삼성이 말하는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다. “또 하나의 가족”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있는 작금의 이 모습 그대로가 “세계 속의 삼성”의 민낯이다.
이건희 회장이 위독하다고 한다. 이에 이재용 등 자녀들을 위한 기업승계작업이 바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장남인 이재용은 48억을 갖고서 1조원 정도로 자산을 불린 다음 삼성의 재벌 총수로 등극하려 하고 있다. 과거 이재용이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주식을 취득한 과정은 실로 변칙, 불법, 편법이었다. 이번 경영승계과정에서 또 다시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경영승계는 봉건시대 권력세습이나 마찬가지로 부도덕하며 반민주적이므로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법률가들은 인권을 유린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삼성의 행태에 대하여 강력히 규탄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고, 사회구성원들 간의 공생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이윤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단호히 실정법으로 처벌받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삼성에게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헌법과 법질서를 받아들이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뿐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삼성은 노조탄압 중단하고 노동3권 인정하라
1. 삼성은 위장폐업철회하고 고용안정 책임져라
1.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성실히 교섭하라
1. 삼성은 염호석 열사 죽음에 사과하고 온전한 장례절차를 보장하라
1. 삼성은 헌법을 존중하고 경영세습 포기하라
2014. 6.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