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법원의 민주화법 제18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환영한다
민주화운동관련자가 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이나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국가와 재판상화해가 성립되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이 법원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제청 되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19부, 재판장 오재성)는 긴급조치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사건에서, 가구당 소득이 높거나 일정 공무원인 경우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국가배상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면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수령하였을 때에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인식조차 못하였을 터’이고, 보상과 배상과는 엄격히 구별되고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6조와 같이 배상의제규정이 없음에도 국가배상청구권까지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판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손실보상 뿐만 아니라 국가배상까지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그 수단이 적합하지 않고, 과도하게 재판청구권,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최소성의 원칙에도, 법익균형성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재판부가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헌법은 보상과 배상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상금 등을 수령한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은 보상금 등을 받은 때에 장래에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조차 없었으며, 표현 그대로 ‘생활지원금’이었을 뿐이다. 또한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은 군사독재정권, 긴급조치, 유신에 항거한 행위로 인해 체포, 구금되어 유죄판결을 받거나 장기간 수배, 제적, 해직, 강제징집을 당하였으며, 대부분 젊은 청춘의 굴절과 경제적 어려움, 고문의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왔다. 오늘날 이마저의 민주주의도 말없이 흘린 이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 아니던가.
지난 3. 13. 대법원은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국가배상청구사건에서, 민주화보상법상 생활지원금 수급권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 영역에 속하고,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관련자의 피해와 관련한 문제를 일괄 해결하기 위하여 입법화 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었다. 이는 사법부가 몇 몇 형식적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과거사 해결에 역행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인하는 판결에 다름 아니었다.
과거사 정리는 진상규명과 더불어 가해자의 처벌,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예우, 명예회복,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정의의 자리매김’ 과정이다. 이번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대법원의 형식적 법 논리를 배격하고, 사법부가 우리 근현대사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하여야하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헌법의 최고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배상과 예우가 있도록 속히 위헌을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일선 긴급조치 등 국가배상 사건 재판부 또한 변론을 분리하거나 유예하는 등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2014년 6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긴급조치 변호단 (직인생략)
[논평] 민보상 위헌제청+환영 14061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