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논평] 문경 석달마을 학살사건에서의 위자료 액수를 과다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논평]
문경 석달마을 학살사건에서의 위자료 액수를
과다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대법원은 어제(29일), 지난 2012년 4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이 문경 석달마을 학살사건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며 선고한 희생자 본인 기준 위자료 3억 원이 재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문경 석달마을 학살사건’은 1949년 12월 23일 군인들이 문경 석달마을에 들어가 어떤 이유나 절차 없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을 마을 앞 논에 모아놓고 무차별 사살하고, 총소리를 듣고 마을로 돌아오던 마을 청장년들과 초등학생들을 총살한 사건으로, 마을주민 127명 중 86명이 사망하였고, 그 중 70% 가량이 어린이, 노약자 또는 부녀자였다. 또한 국가가 사건의 진상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은폐하고, 유족들의 진실 규명 노력을 형사처벌하는 등 탄압해왔다.
‘살아남은’ 유족들은 자신들도 학살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피해자이고, 가족 대부분이 학살되고, ‘빨갱이 가족’이라 손가락질 당하여 오랜 기간 동안 커다란 정신적, 사회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교육받을 기회가 상실되고, 가난에 고통받아왔다. 따라서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희생자 본인 기준 3억 원의 위자료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으며, 이에 서울고등법원도 위자료가 더 많을 수 있음에도 유족들이 구하는 청구금액이 3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금액만 인정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대법원 판결은 기존 판결조차 번복하는 것으로, 사법부가 진정으로 과거사청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993년 테오 반 보벤(Theo van Boven)의 보고서는 국가는 인권침해의 피해자에 대하여 ‘정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배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자신도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이 사법부(司法府)가 아닌 사법부(司法部)인 것처럼, 정부 예산을 걱정하며 희생자 본인 기준으로 7,000만 원 내지 8,000만 원의 판결을 선고하고 그보다 많은 위자료에 대해서는 감액하는 판결을 하여왔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군인과 경찰로부터 학살당한 희생자 본인의 위자료로 3억 원이 많다고 판결한 것이 통상의 위자료 산정기준을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정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배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군인, 경찰에 의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생명권 침해행위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과 같은 ‘국가’의 불법행위의 재발을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책임을 엄정하게 끝까지 물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 절망하면서도 하급법원에서 새롭게 정의가 심리되고, 판결되기를 실낱같이 희망한다.
2014년 5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박 갑 주 (직인생략)
[논평] 문경석달마을+파기환송 1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