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김 진변호사의 27차 총회 참석기
안녕하세요. 민변의 세 번째 ‘김 진’이 된 신입회원입니다.
신입회원 승인이 나자마자 총회라니!! 아직 낯설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온 정기총회는 저에게 걱정과 동시에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정기총회? 회의?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라도 공부해서 가야하지 않을까? 많은 선배님들과의 첫 만남이자 민변의 최고의결기구인 총회자리인데 정장을 입어야 하나? 수건은 챙겨야 하겠지? 회비는? 우선 버스 타는 곳은 정곡빌딩? 어디로 가더라? 강원도? 아니지..천안은…두서 없는 걱정을 하느라 밤은 깊어가고… 결국 알람소리도 놓치는 바람에 허둥지둥 일어나서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약간의 걱정과는 달리 편안한 모습으로 옹기종기 반가운 담소를 나누시고,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소풍가듯 즐거워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출발 전부터 무장해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긴장을 풀고 버스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천안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교외로 나와서인지 약간은 따가운 햇살마저도 싱그럽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에 도착해서 관람열차를 마다하고 긴 진입로를 걸으며 쨍한 하늘도 보고, 선배님과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정말 소풍을 온 여고생이 된 듯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 소풍을 와본 곳이어서 그런지 말입니다. 하하) 동양최대규모의 기와건물이라는 겨레의 집에서 더위를 식히다, 시간에 맞추어 안내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내부로 들어가 조선말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에 이르는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익히 알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험하는 코너와 시각적 자료들 덕분인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자주국가의 소중함과 애국지사들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와 삶의 자세에 대하여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덧붙여 안내 선생님께서 던져주신 돌발퀴즈에 0.1초(?)만에 답을 맞추는 바람에 안내 선생님을 당황케 했던 회원님들을 보며 신이 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경술국치는 몇년 몇월 몇일에 일어났을까요?”
참고로 안내 선생님 해설인생에서 이렇게 단번에 답을 맞추신 분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되겠죠?
다음으로 총회장소인 천안 상록 리조트에 도착하여 간단히 짐을 풀고 회의장으로 갔습니다. 성원보고와 개회사에 이어 모범회원 시상과 공로패 증정, 각종 보고안건을 거치며, 총회가 마치 축제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활동한 회원들을 칭찬하고 지나온 활동을 돌아보면서 박수를 치는 모습이 마치 “참 고생 많았다. 잘했어! 우리 더 힘내보자!”하고 서로를 다독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간의 땀과 진심이 없었다면 이런 분위기는 연출될 수 없을 것임을 알기에 저는 더욱더 열심히 박수를 쳤습니다.
저녁식사 이후에 이어진 총회는 더욱 열기를 더하여 한시도 눈을 뗄 틈이 없었습니다. 이제 막 민변에 가입을 한 저는 부끄럽게도 의결 안건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특히 회칙개정안에 대하여 토론할 때에는 논의의 흐름도 모르겠고, 그러한 상태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님들의 열띤 의견들을 찬찬히 들으면서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민변’을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토론은 조금만 중심을 잃으면 중구난방이 되기도 하고, 간혹 욕심이 앞서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도 주기 마련인데 그 자리의 토론은 애정과 배려가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선배님들께는 그러한 광경이 일상일 수도 있고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을 수도 있겠지만, 신입인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임과 동시에 민변에 대한 작은 애정을 심어가는 소중한 장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신임 임원 선출과 임명의 건은 앞으로 2년간 민변의 미래를 짊어질 분들을 모시는 자리이기에 한분 한분 특히 열정을 담아 박수를 쳤습니다. 아마 그 곳에 계셨던 회원님들과 함께 하지 못한 회원님들 모두의 격려와 성원이 닿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상보다 길어졌던 총회를 마치고, 회원단결의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길었던 하루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런 힘들이 남아있었는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힘찬 자리였습니다. 서로를 반가워하고, 격려하고,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이제 이 사람들과 가족이구나… 어렴풋이 느끼며 밤이 깊어갔습니다.
다음날 오전, 총회의 여운을 가라앉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참배하기 위하여 안산 합동분양소에 갔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슬픈 요즘입니다. 무엇이 그 분들을 위로해줄까 막막해 하면서도 선뜻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나서지 못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것이 죄스러워 차마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분향소에 들어가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함께 들어간 회원님들 그 누구도 쉽사리 말문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미안하다.’ 속으로 되뇌일 뿐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많은 분들과 가까이 계신 민변 변호인단 여러분들을 보면서 저도 늦었지만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분향소에서 차마 발길을 떨어뜨리지 못하다 꾸역꾸역 버스에 올라타 서울로 가는 길… 비가 오려는 것인지 말려는 것인지, 울듯 말듯 울음을 터트리지 못하고 분향소 입구에 서있던 딸과 언니를 잃은 베트남 부녀를 보는 듯하여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짧았던 일정이 끝났습니다. 나름 고단했던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남겨진 일을 하기 위해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는 선배님들의 뒷모습을 보며 피로함보다는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이 치열하지만 지치지 않는 민변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직 종종걸음이지만 그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다고 감히 다짐해봅니다.
이번 총회는 저에게 민변의 첫인상이자 앞으로의 저의 활동의 기준점이 될 것이기에 그 소중한 기억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한 번 더 웃어봅니다. 생각 없이 참가한 미숙한 신입인 저에게 반가운 인사와 진심어린 조언, 뜨거운 열정과 참다운 가치를 보여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오늘의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민변 회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