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부실하고 왜곡된 검찰의 증거조작 수사 결과 발표
오늘 검찰은 ‘화교 간첩 사건’ 증거조작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우리 모임”)은 수사결과에 대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국정원 지휘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빠져 있다.
검찰은 이미 구속기소된 자들 외에 대공수사국 권모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하고, 선양영사관의 이 모 영사 그리고 이들의 직속상관인 이 모 대공수사처장을 불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정원의 수직적 위계질서와 거액의 자금을 사용하는데 최소한 2급 대공수사단장의 결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윗선의 승인 없이 기획담당 과장에 불과한 자가 수 천 만원의 예산을 들여서 증거를 조작하고 선양총영사관의 영사에게 증거조작에 가담할 것을 지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인사권까지 행사하여 이 모 영사를 선양 영사관에 파견 보낸 사실은 국정원 지휘부에서 충분히 알았거나 또는 지시했을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기소된 자들뿐만 아니라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국장 등을 포함하여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의 지휘책임자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관련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빠져 있다.
유우성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들은 출입경 기록과 관련하여 1) 2013. 6.경 대검찰청에서 길림성 공안청에 출입경기록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했음에도 재판부에 그와 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국정원을 통해 출입경기록을 입수하여 증거로 제출한 사실, 2) 내용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출입경기록을 제출받아 그 가운데 한 개를 선택해서 재판부에 제출했고, 검사 스스로도 해당 출입경기록의 위조여부가 의심스러워 화룡시공안국에 확인공문을 보낸 사실, 3) 화룡시에서 위 확인공문에 대한 답변이 오기도 전에 해당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담당 검사들은 국정원이 위조한 화룡시 공안국의 발급사실확인서의 경우 팩스 발신처가 다른 두 개의 문서를 모두 증거로 제출하였다. 또한 위 검사들은 1) 변호인단이 검사가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2) 중국 공무원들의 위조확인 동영상을 포함한 증거의견을 제시하였으며, 3) “국정원의 공작원이라 자칭하는 자가 출입경기록 위조에 대해 예언한 바 있으므로 중국문서들에 대하여 철저하게 검증하라”고 경고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 김모씨가 위조해 온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상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위 검사들도 증거위조행위에 관여하였거나, 최소한 위조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검사들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국가보안법 제12조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12조(증거날조죄) 규정을 두었는데, 유우성에 대한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증거가 조작되고,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것과 같은 국정원과 검사의 행위는 전형적인 사건 조작이자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국가보안법 제12조의 증거날조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증거조작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과 검사들에게는 국가보안법 제12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오늘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너무나 부실하다. 아니 부실한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 은폐하고 있다. 우리 모임은 이미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한계를 예견하고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검찰이 아니라 별개의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증거조작과 간첩사건조작을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특별검사가 도입되기 전이라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기에 우리 모임은 특검이 도입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검찰을 대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에 증거조작 관련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고발하여 진상규명작업을 계속하고자 한다.
2014년 4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