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민변 노동법실무교육 후기
글_ 주인호 특별회원
제3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법실무교육이 지난 3월 29일 모두 끝났습니다. 이번 실무교육은 3월 11일부터 3주 동안, 주 2회 또는 주 3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각각 6개월, 3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던 제1회와 제2회 실무교육에 비하면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노동법의 제 분야에서 특히 문제되는 10여 가지의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3주 간의 강의는, 해고와 징계,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 쟁의행위, 이주노동자, 산재법, 여성노동법의 각 분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활자로만 배웠던 노동법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실무에서는 어떤 쟁점들이 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법전원의 노동법 강의는 대체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조문과 판례들을 위주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정규직, 산재, 이주노동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거나 또는 전혀 다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고 국민들에게 법률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를 넓힌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변호사시험 만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법전원 커리큘럼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여러 주제들을 다루면서 여러 변호사님들이 실제 수행했던 사건들을 기초로 한, 살아있는 강의는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한, 그런 강의였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했던 여러 판례들 중에는 노동법의 어떤 법리를 갖다 붙여도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판례들이 어떤 과정에서, 왜 나오게 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해는 했더라도 여전히 납득할 수는 없었던 판례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법 관련 사건은 민사 법리와는 그 결을 달리하는 노동법의 연원과 그 고유의 법리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법원의 도입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노동법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여러 선배 변호사님들을 강사로 모시고 3주간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우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대법원의 반 노동적인 판례들을 바꾸어내는 지난한 과정이 눈에 선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 없이 많았을 불면과 고통의 시간들이 눈에 선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노동 사건은 많은 경우에 사건 당사자인 노동자의 삶이 걸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변호사로서의 삶이 가지는 무게, 그 자체가 무거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느낀 것은, ‘그래 한 번 해보자!’였습니다. 법전원에서 보낸 지난 3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노동을 비롯한 이 사회의 많은 분야의 인권이 후퇴했습니다. 집회방해죄 현행범은 진급하고, 국정원과 검찰은 간첩사건을 조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노동변호사라는 이름 위에 올려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무거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칼날을 벼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노동법 실무교육은 저에게,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노동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4년 전 그때의 그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서없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제외하더라도, 30여 명의 변호사 및 예비 변호사님들이 사무처 대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열띤 분위기에서 위와 같은 주제의 강의를 듣는 것, 그 자체로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동료로, 동지로 함께 싸워나갈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가슴 뛰어 했습니다. 다음해, 그 다음해로 계속 이어질 민변 노동법실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께서 이런 기억을 만들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억을, 경험을 만들어 주신 민변 노동위원회와, 바쁘신 와중에도 귀중한 시간을 내어 강의해주신 여러 선배 변호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매번 강의시간에 앞서 공지해주시고, 강의 준비에 애써주신 이현아 간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