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박근혜 정부 1년… 우리는 어디로

2014-02-24 1,761

박근혜 정부 1년… 우리는 어디로

박근혜 정권 1년 – 민주주의와 인권은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암울함을 느낍니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된 첫해의 인권상황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절망적이기만 합니다.

 

국정원,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정부기관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 불법으로 개입하였고, 이러한 활동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조직과 긴밀한 연관 속에 진행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였습니다.

 

불법선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였습니다. 불법선거 개입의 당사자인 국정원은 NLL 문제를 거론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을 공개하였고,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 등을 내란음모혐의로 수사하여 구속․기소하였습니다. 심지어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하겠다며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공안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에 대한 침해도 심각합니다. 합법화 된 지 14년이 지난 전교조에 대하여 ‘노조 아님’을 통보하는 행태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전면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해고된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노동조합이 아닐 터인데, 정부는 조합원 6만여명 중 0.00015%인 9명의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노조가 아니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였습니다. 또한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면서 여전히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도민영화를 막겠다는 철도노조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도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여 민주노총본부가 있는 건물을 침탈하기도 하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의 노동자 문제와 백혈병 피해자의 문제, 아직도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불법적인 하도급 구조 속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노동자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행되어 아름다운 강정마을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대형 토건자본의 담합과 환경파괴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지만, 어느 누구도 4대강 사업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대형 송전탑 건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밀양의 주민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정책, 개발 위주의 정책이 사람과 환경에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지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시작된 이른 바 ‘갑을관계’ 문제도 올해의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대기업들의 가격 담합과 불공정거래 관행이 폭로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습니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좌초되고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제도 역시 후퇴하였으며, 대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서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가파르게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은 지치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밀양, 강정마을, 울산 현대자동차를 향한 희망버스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 좋은 세상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밤은 깊고 갈 길은 멀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노력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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