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논평]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법부의 임무를 망각한 채 자본진영의 이해를 100% 이상 대변한 것이다!!

2013-12-20 470

[논평]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법부의 임무를 망각한 채 자본진영의 이해를 100% 이상 대변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공개변론을 거쳐 2013. 12. 18. (주)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소송 2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다.

 

1. 이번 판결에 대한 일부 언론과 자본진영의 반응을 살펴보면 대법원이 마치 ‘모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선전하고 이를 전제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든’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한 것이 결코 아니다. 특정시점(상여금 지급일을 말한다)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면서 “단, 특정시점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노동현장의 단체협약이나 임금지급 관행을 고려해 보았을 때 사실상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각 사업장의 소송제기 여부를 불문하고 “특정시점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것으로 단체협약에서 정하고 있거나 노동관행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중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결국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시는 노동현장의 단체협약 및 임금지급 관행에 비추어 아주 이례적인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만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하여 정기상여금과 관련된 현재의 통상임금 소송을 일거에 진압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소송도 사실상 어렵게 하였다.

 

2.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번 판결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무효임이 명백하게 선언하기 이전에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상태에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하였는데, 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될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임금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 한다”고 하여 신의칙으로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추가임금소송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으로 그 강행규정성을 배척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으로 당혹감마저 든다. 그러나 거듭 살펴보아도 그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는 반대의견은 법해석상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근로자가 얻는 것이 ‘예상외의 이익’이라고 하면서 이를 신의칙 위반의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으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듯이 근로자가 초과근로를 함으로써 얻는 초과근로수당청구권은 근로기준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근로자의 권리이며, 예상외의 이익, 즉 뜻밖의 횡재가 아니며 근로자가 과거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것을 법규정에 따라 올바르게 청산하려는 것일 뿐이다. 근로자가 받아어야 할 임금을 예상외의 이익으로 취급하여 이를 되찾는 것을 정의와 형평관념에 반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은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으로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신의칙 위반의 또 다른 요건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서, 도대체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그러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이처럼 모호하고 불명확한 기준을 신의칙의 적용 요건으로 보게 되면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사업장이나 개개 소송마다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곧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에게 형평성 있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형평에 맞지 않게 인정되거나 부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정기상여금에 관하여 대법원이 정한 고정성 요건을 겨우 통과한 극소수의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시점의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에 기초한 추가소송을 제기할 경우 신의칙상 청구가 기각될 수 있어 사실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추가임금소송은 완벽하게 진압되었다.

 

3.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복리후생비적 명목의 급여가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일 것을 지급조건으로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해당 급여가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7.6.15.선고 2006다13070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했다. 대법원은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면서 단 특정시점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특정시점(가령 휴가비의 경우 휴가시) 이전에 퇴직하는 노동자에게 휴가비를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규정된 단체협약이나 노동관행이 있는 사업장이 몇 개나 되겠는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법원은 파업참여 노동자에 대하여 근로제공에 대한 교환적 부분과 근로제공과 무관한 생활보장적 부분을 구분하는 임금이분설을 폐기하면서 생활보장적 부분도 임금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통상임금을 계산함에 있어서는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는 사실상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에서 제외시킨 것이나 진배없다. 이로써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제기되는 통상임금 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4. 대법원은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일 것을 지급요건으로 하는 경우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상여금과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를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재직요건은 상여금이나 수당을 지급하기 전에 미리 퇴사한 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소정근로에 대하여 그 지급내용이 사전적으로 확정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고정성의 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재직 중인 자에게 지급하는 지의 여부는 일률성의 요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일률성 심사를 통해 적용범위가 정해지면 그 인적범위 내의 근로자 개개인의 임금 변동성 여부를 묻는 것이 고정성의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이 통상임금의 기능과 필요성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률성과 고정성의 문제를 혼돈한 것이다.

 

또한 상여금이나 수당의 임금성이 인정된다면, 중도퇴직자에게는 최소한 재직기간 또는 근무기간에 상응하여 비례적으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 바, 이를 무시하고 수당청구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점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을 계기로 고정성이 결여된다는 이유를 들어 통상임금에의 해당성을 부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결국 중도퇴직자에게 근무기간을 묻지 않고 상여금 등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 또는 관행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약정이나 관행을 근거로 고정성이 결여된다는 이유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5.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위 판결의 취지에 관하여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그간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혼선이 있었던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적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근로현장에서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된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례는 재직조건이라는 개념 도구를 사용하여 종전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던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를 사실상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는 경우를 극히 일부 케이스로 제한하였고, 여기서 더 나아가 정기상여금의 경우 이번 판례 이전 시기의 추가임금소송을 신의칙에 의하여 봉쇄하여 결국 자본진영의 이해를 100% 이상 반영하면서 노동진영의 이해를 철저히 묵살하는 방식으로 근로현장에서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된 분쟁의 소지를 없앤 것이다.

 

 

2013. 12.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첨부파일

131220_논평_통상임금관련전원합의체판결은사법부의임무를망각한채자본진영의이해를100%이상대변한것이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