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최종범 열사 앞에 드리는 글

2013-12-18 670

최종범 열사 앞에 드리는 글1)

 글_강문대 변호사

당신께 뭐라 할 말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겪은 거친 노동과 배고픔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결심하고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을 당신을 끝내 지키지 못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무슨 말을 할 게 있겠습니까

 

굳이 말을 한다면 용서부터 구해야 하겠지요

최종범 열사여, 죄송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니 무관심과 안일로 당신과 당신의 노동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를 구한 참에 한두 가지만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참회의 호소로 생각하고 부디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멀리 떠나신 길, 그 곳에서는 편히 쉬십시오

별이도 염려 마시고, 노조도 염려 마십시오.

이 곳에 남은, 당신의 동료와 동지들이 책임지겠습니다.

며칠 전 별이의 돌잔치를 지켜보셨지요. 그렇게 삼촌, 이모들이 별이를 계속 돌볼 것입니다.

노조는 더 염려마시기 바랍니다. 조합원들과 ‘외부인’들이 굳건히 연대하여 자랑스런 민주노조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멀리 계시더라도 이 한 가지만은 우리를 꼭 좀 도와주십시오.

삼성의 노동착취와 부당한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행정, 언론과 사법까지 삼성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그 힘은 가히 무소불위입니다.

그래봤자 도덕과 순리 앞에서 곧 무릎을 꿇을 테지만 지금은 기세가 등등합니다.

많은 사람이 삼성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질타하면서 힘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 힘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열사여, 부디 우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곳에서라도 강한 파장과 진동으로 삼성을 뒤흔드시고 우리를 부추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당신은 또 한 명의 전태일로서 우리를 일깨우셨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몸을 던져 시작하신 일, 이제 우리를 통해 당신이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삼성은, 삼성전자 서비스의 협력업체는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회사다, 그래서 교섭에도 응할 수 없고,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태입니까? 이거야 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술수가 아니겠습니까?

 

열사여, 당신께서 이들의 손바닥을 거두어 주시고, 잠에서 깨게 하시고, 눈을 열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뜻과 의지는 우리가 전달하겠습니다.

 

이 곳을 떠났으나 아직 편히 몸을 누이지도 못한 당신에게 너무 많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당신에게 드린 말씀은 기실 우리 자신에게 한 말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 법률가들은 법으로든 몸으로든 우리 몫의 책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열사여, 편히 쉬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삼성전자서비스 사진

1)이 글은 12월 16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노동법률단체 기자회견에서 강문대 변호사가 낭독한 시입니다.

첨부파일

삼성전자서비스 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