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훼손한 안도현 시인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2013-11-07 669

 

[논 평]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훼손한 안도현 시인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에 대해 안중근 의사 유묵 도난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10. 28. 배심원 7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였다. 그러나 재판부(재판장 은택)는 견해를 달리한다며 이례적으로 선고를 연기하였고, 오늘 일부 유죄를 선고하였다.

 

배심원단은 안도현 시인의 트위터 글들이 고의적으로 후보를 비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아니라, 평소에 의혹이 일고 있었던 문화재의 행방과 관련하여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의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판단하여 전원 일치 무죄를 평결하였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러한 배심원단의 판단을 배척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가 개혁의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직접 훼손하고 말았다.

 

현행법상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이 내려진 사건을 2심 재판부가 유죄로 번복하자,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함부로 1심의 배심원 평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국민참여재판이 ‘국민의 사법 참여’라는 제도의 취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존중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여당과 보수언론에서 연일 제기된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국민참여재판에 대하여 감성재판 운운하며 배심원의 판단을 폄하하고, 지역감정까지 거론하며 비판을 일삼은 와중에 내려진 이번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며 우려스럽다. 이를 계기로 향후 배심원단의 판단을 정치적 사건으로 정쟁화시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국민참여재판의 본질을 훼손하고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재판의 판단자로 참여하여 다양한 양심이 반영되고 평의를 통한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균형을 견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대다수 국가가 일찍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8년도에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면서 재판절차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보다 중립적인 판단을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낳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 영역에서의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여 사법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재판과정의 투명화를 통해 법조비리가 끼여들 여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제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정쟁화시켜 제도 자체를 축소하고 훼손시키려는 움직임은 사법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자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자 한다.

 

이에 우리 모임은 이번 안도현 시인 사건의 판결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하여 제도의 정착과 확대에 더욱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11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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