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청구는 위헌적인 발상이다.

2013-11-05 1,311

[민변 논평]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청구는 위헌적인 발상이다.

 

오늘 오전 정부는 2013년 제47회 국무회의를 개최하여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 안건을 심의 의결하였고, 법무부는 바로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청구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반 헌법적인 발상이다.

헌법의 정당해산규정은 역사적으로 방어적 민주주의의 남용, 즉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거나 은폐된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행해지는 정당해산제도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목적이 있다. 우리 헌법이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해산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는 매우 엄격하고도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오늘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한다는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일치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지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이유 외에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한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극히 의문이다. 법무부는 1950년대 독일의 판례를 근거로 들고 있으나 냉전이 지배하던 세상의 구시대적 유물을 2013년에 끌어다 아전인수격으로 끼워 맞추는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 평의원회 산하기구인 베니스위원회는 2009년 새롭게 정당해산에 대한 지침과 규약을 발표한 바 있다.그 기본은 정당의 금지나 해산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되고 극도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당의 금지나 해산은 실제로 헌정질서를 전복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정당이 합법적 방법으로 헌법과 법을 바꾸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세계적으로 정당해산제도의 중심이 정당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민주권을 선언하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극도로 예외적으로만 활용되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활동이 우리 헌법의 가치에 어긋나는지는 원칙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나아가 이른바 RO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고 관련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위헌 정당으로 단정하고 해산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임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통합진보당에 국한된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이 문제는 나와 다른 생각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원칙에 관한 문제로서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에 우리 모임은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강력히 규탄하며,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2013. 11.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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