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노동위원회]’전교조’ 사건의 본질과 진실

2013-11-04 861

‘전교조’ 사건의 본질과 진실

 

글_강영구 변호사

– 2013. 9. 23.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해서 30일 내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자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명령을 했다. 그리고 정확히 30일 후인 2013. 10. 24.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대하여 ‘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근로자 아닌 자, 즉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 해직된 교원 9명이 조합원 자격을 가진다는 이유로 14년 활동 중인 교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가 되었다. 과연 이 사건의 본질과 진실은 무엇일까.

 

– 무엇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법시행령 제9조제2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노조법시행령 제9조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시정을 요구하고 나아가 법외노조통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노조법 어디에도 이미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노동조합, 즉 이미 설립된 노동조합을 사후적으로 심사하여 법외노조통보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유사한 조항으로 ‘설립하려는 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 규정’이 있을 뿐, ‘이미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규정’은 법률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는 노조법 제9조제2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즉, 구 노조법에는 노조가 규약의 취소, 변경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해산을 명할 수 있는 노조해산명령제도가 있었다. 이는 당시에도 행정관청의 자의적인 노조해산명령으로 인하여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손꼽혔다. 이에 국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같은 해 11월 여야 합의에 의하여 법률에서 노조해산명령권을 삭제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이듬해인 1988년 4월 국회의원 선거기간 중 노태우 정부는 국회의 휴지기를 틈 타 종래 노조해산명령권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규정을 시행령으로 신설하였다. 바로 현행 노조법시행령 제9조제2항이다. 여야 합의에 의하여 삭제된 구 노조법상의 노조해산명령권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한 것이다.

 

결국 모법의 위임 없이 제정된 노조법시행령 제9조제2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에 터 잡아 행해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 역시 무효이다. 태생적으로 국회의 민주적 통제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을 잠탈할 의도로 만들어진 노조법시행령 제9조제2항. 바로 여기에 첫 번째 이 사건의 본질과 진실이 담겨져 있다.

 

– 또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의 규약이 근로자 아닌 자, 즉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함으로써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의 소극적 요건인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노조법 제2조제4호는 본문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정의하여 주체성, 자주성, 목적성, 단체성 등 노동조합의 적극적 요건을 규정하고, 같은 조 단서에서는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하여 노동조합의 소극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조합의 적극적, 소극적 요건은 형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통설과 판례이다. 즉, 단순히 형식적으로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나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다고 해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나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때에만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법 제2조제4호는 주체성, 자주성, 목적성, 단체성을 가진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리어 고용노동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 아닌 자, 즉 해직자 9명이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가짐으로써 도대체 전교조의 어떤 자주성이 침해되었다는 것인지 말이다. 더욱이 그 해직자는 모두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직된 분들이다. 또한 사용자와 대립관계에 있는 노동조합의 간부는 적극적으로 활동할수록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주장대로라면,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된 노동조합 간부는 더 이상 근로자 아닌 자로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없고, 그래야만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의 부당함에 다언이 필요할까. 결국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조합 핵심 활동가를 노조에서 배제시키고, 나아가 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이 사건의 본질과 진실이다.

 

– 현재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 처분에 대하여 효력정지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현재 민변의 40여명의 변호사들이 전교조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위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87년 삭제된 노조해산명령을 부활시키고, 노조의 자주성이라는 명목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박탈하는 것. 이 사건의 두 가지 본질과 진실이 법정에서 밝혀지기를,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은 민주주의를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사본 -131024 전교조 기자회견
2013.10. 24 전교조 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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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와 박근혜와 전교조
– 기자회견 참가기-

 

글_ 11기 자원활동가_한진수

 

희랍극의 진수인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는 양심을 짓밟은 권력자 크레온의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크레온은 눈에 가시 같던 반대자 폴리네이케스가 죽자, 누구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지 말라고 엄포합니다. 폴리네이케스의 동생 안티고네는 인륜에 따라 오빠를 매장하며 크레온에 정면으로 맞서고,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체포합니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찍어내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했을까요?

 

아버지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전교조에 강력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그에 따른 결과입니다. 다만 모양새를 갖추고자 9명의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된 것을 ‘불법’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정당화합니다. 전공노와 전교조를 법의 테두리에서 쫒아낸 박근혜 정부가 노린 것은 오직 노조의 분열과 파괴를 획책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비판 세력을 찍어냄으로서 통치를 용이하게 한다는 속내는 한참은 뒤떨어진 ‘창조’적인 발상입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합니다. 권력으로 반대세력을 힘으로 찍어 눌렀던 크레온도 결국 안티고네를 사랑한 자신의 아들의 자살에 충격 받아 자살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비판 세력을 견디지 못하고 힘으로 찍어 누른 권력자의 말로는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민변과 전교조, 여러 시민 단체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규탄했지만, 유독 눈에 뛰는 분이 계셨습니다.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님입니다. 어쩌면, 전교조와도 큰 인연이 없으실 수 있지만, 그분께서 기자회견장 끄트머리에 계신 이유는 오직 양심을 따라 산화했던 열사를 따라 불의에 맞서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정부가 지닌 것이 권력과 비호세력이라면, 전교조가 지닌 것은 오직 ‘양심’입니다. 전교조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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