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답사를 다녀오고
글 _ 김기남 변호사(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변호사)
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인권연대팀은 지난 7월 23일부터 4일 일정으로 미얀마 양곤과 인근지역에 현지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아시아인권연대팀은 아시아지역의 인권신장과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올 초부터 구성되어 활동해 온 팀입니다. 이 팀의 첫 활동으로 미얀마의 인권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답사에는 아시아인권연대팀장인 성상희변호사, 이동화간사, 필자가 함께 하였고, 급변하는 미얀마의 주요 인권실태와 현안을 파악하고 현지연대단체를 모색·확정짓고자 계획된 방문이었습니다.
아시아인권연대팀은 평화·민주주의·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법률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의 수장과 실무자를 만나 협력방안을 토론하였습니다. 총 8개 단체 중 7개 단체와의 면담이 성사되었고 단체별로 대략 2시간의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면담단체는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야당), Shan Nationalities League for Democracy(야당), Former Political Prisoners(FPPs), Burma Lawyers’ Network, The 88 Generation – Peace & Open Society, Mandaring Law Academy, Khin Progressive Party 등입니다. 아울러 시골마을의 삶의 수준확인해 보고자 양곤외곽을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체류기간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미얀마 개혁개방의 흐름이었습니다. 필자가 2008년 나르기스 태풍 피해 긴급구호를 위해 방문했던 양곤과 인근지역의 당시 모습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거리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총기를 소지한 군인들이 사라졌고, 외국기업의 사무실 건물과 걸거리 제품광고가 눈에 띠게 많아졌습니다. 외국투자자본과 LG·Samsung 등 한국기업의 진출뿐만 아니라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흘러들어온 의류제조회사들의 진출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외국자본과 회사에 의한 개발 활성화는 양곤지역의 물가상승은 물론 땅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현지인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또 술집에서 술 먹는 것조차도 법으로 금지되었다던 2008년 당시와는 달리 길거리에 온통 맥주와 양주류의 광고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녁때이면 술집과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즐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었습니다.
외부로 보이는 변화의 흐름보다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 아시아인권연대팀이 만났던 많은 활동가들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었습니다. 미얀마 8888 민주화운동의 주역들과 이후 세대들은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한 열망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수십년의 감옥살이를 감수했던 야당지도자와 변호사 그리고 활동가들, 3년의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2007년 샤프란혁명의 세대까지 이들은 모두 미얀마의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 정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민주주의와 인권 이슈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2008년 미얀마 헌법의 문제가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 헌법은 군부가 25%의 국회의석을 갖도록 정하고 있어 군부가 정국을 장악할 수 있는 장치를 허용하고 있고,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인사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어 아웅산 수지 여사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소수민족의 권익을 현 헌법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전히 군부정권에 저항한 이유로 수감중인 정치수감자들의 석방문제가 존재하고 있고 수감시설에서 자행되는 정치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 등 인권유린의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집회의 정부허가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침해되고 있고 표현의 자유도 관련법령과 정부기관의 검열로 지나치게 제약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정부주도의 개발지원사업 추진과정에서 개발대상토지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탈취와 그에 여러 세대에 걸쳐 생존과 생활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실점유자인 농민의 동의와 보상의 부재, 그리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사법적 살인과 인권탄압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정착에 대한 강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고 일반시민들이 군부독재정권 또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과제에 대해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시민을 포함한 변호사들도 인권의 개념과 구체적 권리내용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함께 아파했습니다.
이번 현장조사의 큰 성과 중 하나는 바로 소수민족의 역사와 현군사정부와 관계 그리고 이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현장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과 소수민족의 입장과 주요쟁점에 대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외인 것은 불교도가 90%에 육박하는 사회에서의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었습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보였으며 앞으로 민주화가 진행된 후에도 미얀마 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사안으로 남아 있을 이슈로 판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