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인권보고대회 결의문

2006-12-11 121

– 2006 인권보고대회 결의문 –

우리 인권보고대회 참가자 일동은 세계인권선언 58주년을 맞아 “2006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열고, 올 해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통합적인 과거청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권위주의 시절 인권침해를 자행했던 기관들도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과거 청산 작업을 진행하였다. 법무부가 범죄피해자 보호, 검찰. 교정. 출입국 등 법무행정분야에서 자기 통제적 인권옹호 기능을 다하고자 인권국을 신설하였다. 피고인으로 제한되던 국선변호인의 대상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로 확대 시행되었고, 성매매알선업소에 대한 실형선고 등 성매매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인 판결이 있었다. 정부가 ‘환경보전 10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대기, 수질, 토양, 폐기물, 유해물질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사개추위가 13년 동안의 연구를 반영하여 사법개혁법안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어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임명동의절차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장직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실질적인 공판중심주의 강화, 국선변호의 질적 충실, 변호권 보장을 통한 피의자의 방어권 충실, 법조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 최고사법기관의 민주성과 다양성 확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사법개혁의 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2005년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국가보안법은 아직까지도 그 개폐에 관한 논의조차 중단된 채 오히려 구속. 처벌이 강화되고 있으며, 사형제도는 폐지되지 않았다. 유엔자유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당사자국 규약위반이라고 그 견해를 밝혔음에도 여전히 형사 처벌되고 있다. 국제법상 인정되는 반인도 범죄,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내지 이를 은폐. 방해행위 등은 공소시효가 배제되어야 한다.  
  
한편, 동백림사건, KAL 858사건,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등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국가권력에 의해 확대 또는 일부 조작됐음이 밝혀졌으나, 국정원은 끝까지 KAL사건에 협조하지 않았고, 검찰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에서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상당수 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실체 접근도 하지 않는 등 많은 한계를 보였다. 인권과 정의의 회복이라는 대 전제하에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내 과거청산기구와 민간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보수언론은 ‘일심회’사건에 관하여 특정 시민사회단체나 세대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왜곡된 하도급 구조나 시위도중 하중근 조합원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강경진압은 외면하고,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폭력성만 부각시키는 등 객관성, 공평성을 잃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재편 전략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이 2006년 1월 합의됨으로써 향후 미군의 동북아 지역 및 북한과의 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주민과의 대화를 무시하고 대추분교를 파괴했고,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철조망을 둘러쳐 봉쇄하는 한편, 무차별적인 검문. 검색, CC-TV를 통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고사시키고 있다. 정부는 불평등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 등에 관한 재협상요구를 줄 곧 외면하였고, 아직도 김지태 이장은 차가운 감방 안에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논란은 미국의 조기 환수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여 정쟁으로 인하여 미군의 지위 및 역할 등에 관한 논의조차 없었다.

한편, 사회는 양극화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여 소득대비 주거비부담(RIR)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서민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경비업체가 재개발지역에서 ‘경비업법’에 따른 경비업무를 넘는 인권유린 행위를 함에도 관할관청이나 경찰은 묵인하고 있다. 바다이야기만이 아니라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각종 복권 등으로 대표되는 합법적 도박은 여전히 서민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한편에선 서민들의 허리가 휘는데도 국회는 이자제한법 제정이나 보증 폐해를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동자의 노조단결활동에 필요한 ‘전임비’ 요구에 대하여 ‘공갈죄’를 적용하여 노조간부들을 형사 처벌하고, 10여년 동안이나 유예해왔던 복수노조허용이 또다시 유예될 우려마저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 특히, 2006년11월30일 국회에서 강행 통과된 비정규법안은 사유제한 없는 기간제 노동의 원칙적 사용과 노동부가 파견대상 업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이고, 나아가 임금노동자 50%를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아직도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은 KTX에 승무하지 못하고 있고, 공무원 노조는 노조사무실조차 강제 폐쇄당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2005년 9월 장애인차별을 근절하고자 제출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직도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심의한번 개최한바 없고, 많은 장애인들은 시설과 가정에 갇혀 교육.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고 있다. 사회 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는 음지의 독버섯처럼 횡행하고 있다.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을 횡령하고, 폭행, 감금, 성폭력, 의료 방임 등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이중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장애 영유아에서 초중등, 대학생, 장애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교육지원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여성의 고위직 및 정계진출이 활발한 이면에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과 빈곤이 존재한다. KTX 여성승무원 문제는 간접차별을 통한 여성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이중 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상반기 많은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성폭력범죄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음에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업주에 대한 처벌이 약식명령에 그치고, 필요적 몰수, 추징규정도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며, 선불금 사기피해자들의 보호도 충분하지 못하다.

교육에도 ‘효율의 극대화’, ‘비용의 최소화’라는 신자유주의 흐름이 관철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공적투자 축소, 대학의 사기업화, 중등교육의 평준화 틀 해체 등으로 교육의 기회균등, 공공재의 이념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 있는 인간 양성’이라는 미명하에 학생들 간, 교사간, 교육기관 간 경쟁이 부추겨지고 있고, 학생들은 성적경쟁, 따돌림, 학교폭력에 내몰리고 있다. 대다수 지방 대학들은 정원충원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대학자율에 따른 자생력 강화만 외칠 뿐 교육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확충은 외면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온갖 화학약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호르몬, 기생충 김치, 양식장 알카이트 그린, 폐광 중금속 오염 농산물이 우리의 식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주한미군 반환기지의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은 심각한 상태임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오염치유조건을 수용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환경권을 포기하였다. 세계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9위의 에너지 소비국임에도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정책 등을 통해 이에 역행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렇듯 일부 인권분야에 있어서 다소나마 개선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아직도 대부분의 인권분야에 있어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심각한 인권문제가 엄존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법개혁,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국제 인권조약기구의 권고를 제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최근 포항 건설노동자 하중근 조합원 사망, 한미 FTA 반대집회의 원천봉쇄, 도두리, 대추리 진입에 대한 무차별적 검문, 검색 등과 같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찰의 과도한 금지 및 진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평택미군기지이전 문제, 주한미군지위협정의 개정뿐 아니라 헌법에 부합하는 미군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나아가, 북핵으로 인해 경색된 남북관계는 6자회담 재개와 민간교류확대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2006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마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우리의 요구와 결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의  13 대 요구】

하나.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사법제도의 개혁과 검찰 및 사법부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라.

하나. 과도한 집회 시위 금지 및 진압으로 인한 국민 생명권 침해사태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고, 평화적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국가보안법,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김지태 이장 등 양심수를 석방하라.  

하나.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등은 자체적인 진상규명 노력과 함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과거청산 관련 진상규명위원회들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라.

하나. 주한미군 반환기지에 관한 환경오염조사 내용 및 자료를 공개하고 환경정화에 관한 재협상을 진행하라.

하나. 한반도 평화와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중단하고 전면 재협상을 실시하라.

하나. 남북한 간 다양한 민간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국민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한미 FTA의 협상과정 및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다시 시작하라.  

하나. 비정규직 노동자 법안의 강행통과를 규탄하고,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하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실효적으로 금지할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교육지원법 등을 제정하라.

하나. 아직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성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고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구제정책을 실시하라.

하나. HIV / 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확산하는 에이즈 예방법을 전면 개정하라.

하나. 도박사업의 육성, 양성화 정책을 견제, 감독하고, 보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우리는 정부와 국회, 여야 각 당에게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인권보고대회 참가자 일동은 앞으로 위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6.  12.  11.

인권보고대회 참가자 일동
( 주최 : 인권단체 연석회의, 주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