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고 7 :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자유시장에 맡긴다?”

2007-03-29 152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자유시장에 맡긴다?”  

  [한미FTA의 사법충격·7] 한미 FTA와 교육 개방  
   2007-03-28 오후 3:01:21    

  

  
  언젠가 모 일간지에서 강남 엄마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영어)유치원-사립초등학교-외국어ㆍ과학고등학교를 전형적인 교육 과정으로 하고, 전체 생활비의 70%를 교육비에 투자하는 서초구, 강남구(좀 더 넓게는 강동구, 송파구까지)에 거주하며 아이들의 교육에 무한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재력을 쏟는 ‘강남 엄마’들에 대한 기사였다.
  
  이들에 대하여 영어 광풍에 사교육 광풍을 몰고 다닌다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요즘의 기사들은 그들의 교육법을 본받으라고 은근슬쩍, 아니 공공연히 부추긴다. 구립어린이집-공립초ㆍ중등학교를 고집하고 있는 나 같은 학부모는 자녀 교육에 대해 어디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영역에서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즉 헌법에서 교육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적 서비스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교육은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감히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하자고 했다. 이것은 그간 초ㆍ중등교육은 개방할 수 없으며, 대학ㆍ성인교육ㆍ직업훈련 등만 제한적으로 개방할 뜻을 밝힌 정부의 입장보다 더 나간 것이다. 그 이후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8차에 걸친 협상 과정을 거쳐 3월말 타결을 앞두고 있다.
  
  사실 그간 정부는 초ㆍ중등교육마저도 이미 개방의 물꼬를 터 왔다. 2005년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ㆍ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ㆍ공포함으로써 인천 송도, 제주도 등에서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 교사들이 국내 규제를 받지 않고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은 예다.
  
  여기에 대해 FTA 협상에서 미국은 SAT와 인터넷 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SAT를 제공하는 미국 교육기관이 모두 사설 영리업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의 공교육 과정에 영리추구에 목적을 둔 외국의 평가 시스템이 들어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 등 원격 고등 교육의 개방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의 영리법인이 자격증, 직업 훈련 등의 교육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그들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대학들도 영리법인화를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 경제자유구역,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외국계 사학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한 마디로 한미 FTA를 통한 교육의 개방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 계층에게만 교육의 기회를 독점시키고,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어느 수준에서 교육 개방이 이루어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국민은 FTA 타결로 이루어질 추가적인 교육 개방이 미칠 변화에 숨죽이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말이 없다.
  
  최근에도 청와대는 한미 FTA 협상타결 이전에 토론하자는 민주노동당의 제안에 대해 협상은 대표단에 맡겨두고 대화는 체결 이후에 하자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우리 국민은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정화/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