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홈페이지 주민등록번호 노출 기자회견

2005-02-16 111

<공공기관 홈페이지 주민등록번호 노출 실태 조사(1차) 결과 발표>

▶ 일시 : 2005년 2월 15일(화) 오전 10시
▶ 장소 : 행정자치부 앞

* 아래 기자회견문 이외의 더 자세한 자료는 문서를 첨부합니다.

주민등록법 전면 개정,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만이 대안이다.

한마디로 참담하다. 설마 했던 일들이 모두 사실이었다. 100개의 국가 중앙 공공기관 홈페이지 중 최소 34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은 국민의 정보인권을 수호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가 개인정보 유출, 정보인권 침해의 당사자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제도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이며, 전국민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관리하는 전자정부 사업의 핵심 기관이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실상 행정자치부는 산하의 전자정부지원센터 홈페이지조차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을 수호해야 할 기관으로서,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기본법에서는 향후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그 산하에 설치할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상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신의 홈페이지의 글을 올리는 개인의 정보인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도서관, 교육인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부는 어처구니없게도 실명인증을 위해 수집한 대규모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세청, 농촌진흥청, 재정경제부, 해양경찰청 등은 특정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버젓이 공개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었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은 전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기관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자격이 없다. 해당 공공기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온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국가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충분한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설치되어 국가기관을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등의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조직과 권한은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로 집중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역할을 맡기에는 위상, 역할, 전문성면에서 모두 부족하다.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만이 대안이다.

한편 주민등록번호의 위험성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주민등록번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식별 번호로 유명하다. 전국민에게 의무적으로 부여되며, 그 자체로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전 사회 영역 어디에서나 활용되는, 평생 불변 만인 부동의 개인 식별 번호인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그 자체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 곳이 극히 드문 현실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잘 보호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제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공공기관이 나서서 노출하고 있고, 악의적인 유출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고 있고, 수백만명의 개인정보가 돈을 거래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거의 모든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주민등록번호를 식별자로 구축되어 있고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이미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는 현 상황은 사후 대책만으로는 타개될 수 없다. 현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일괄 삭제, 현 주민등록번호의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주민등록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홈페이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데이터베이스에서 모든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한 EBS의 사례는 중요한 선례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 실태를 주시할 것이며, 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및 폐지, 주민등록법의 전면 개정, 실효성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제정, 독립적이고 권위있는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설치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만약 공공기관들이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다.

2005년 2월 15일
지문날인반대연대, 정보인권활동가모임
(다산인권센터 /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 원불교인권위원회 / 지문날인반대연대 / 진보네트워크센터 / 천주교인권위원회 / 평화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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