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2년 4월 3일에 발표된
<성명서> 묵과할 수 없는 경찰의 폭력만행을 즉각 중단하라!! 입니다.
——————————————————————
<성명서>
묵과할 수 없는 경찰의 폭력만행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경찰 폭력에 대하여, 또 한번 깊은 절망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3월 23일과 24일 전국공무원노조와 발전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하더니, 26일에는 고 최옥란 씨의 장례식장과 분향소까지 불법적으로 가로막고 침탈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우리가 공권력 투입에 대하여 우려의 뜻을 표명한 지 불과 이틀만에 똑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도대체 이 끝간 데 모를 경찰의 불법적인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경찰과 정부는 이 땅 민중의 모든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는가.
청계천 도깨비 시장에서 노점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던 고 최옥란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따라 26만원의 생계급여를 지급받아 왔다. 그녀에게는 하나 뿐인 아들이 있었는데, 이혼 후 양육권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결국 양육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였고, 승소하기 위해서는 양육을 감당할 경제력을 인정받아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인의 도움으로 경제력을 인정받는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어이없는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이 박탈당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였다. ‘아들의 양육권’과 ‘쥐꼬리 수급권’ 사이에서, 그녀의 선택은 과산화수소 한통과 수면제 20알 뿐이었다.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자 선정기준을 강화하고 턱없이 모자라는 낮은 생계급여만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에게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는커녕 결국 한 명의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게다가, 고인의 마지막 길마저도 경찰의 불법적인 폭력행사로 얼룩졌다.
경찰은 고인의 장례식과 노제를 불법적으로 봉쇄하고 도로상에서 몇시간 동안 운구행렬을 강제구금한 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문상객과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연이어 29일에는 서울 시경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는 장례위원조차 구금하고 수인을 강제연행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경찰은 30일도 고인의 분향소를 침탈하여 분향 물품의 일부를 탈취하였다.
집시법 제13조에는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 및 국경해사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 내지 제12조(집회의 신고 및 금지에 관한 조항들)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장례행사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들은 집시법상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경찰의 위와 같은 행위는 현행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범법행위에 다름 아니다. 비단 현행법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어찌 백주대낮에 공권력의 이름으로 이러한 야만스러운 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가.
우리는 경찰이 반인륜적인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련의 행위를 한 데 대하여 엄중히 항의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밝힌다.
1. 정부는 장례식을 봉쇄하고 폭력을 행사한 모든 경찰관과 그 지시권자들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라.
1. 정부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무자비한 경찰의 폭력행위에 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1. 정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저 생계비 대상 확대 및 지원금 상향조정 등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전면 개정하라.
고 최옥란 씨의 죽음은,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을 넘어,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최저생계비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던져야 했던 현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작금의 불법적인 경찰력 행사를 사과하고 소외된 시민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위 요구사항들을 즉각 이행할 것을 엄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2002. 4.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송 두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