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시국성명서-

2004-03-19 172

시 국 성 명 서
(국민주권 찬탈행위를 규탄한다)

지난 3월 12일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그리고 무소속 국회의원 193명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4.15 총선을 불과 한달 가량 앞두고 거스를 수 없는 물갈이 심판에 직면한 부패한 수구부패정치배들이 또 한번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합법을 가장한 ‘의회 쿠데타’로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성과이자 과거사 청산 작업의 상징적 기구이다.
정부 수립 이래 권위주의 통치를 반대하는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의문의 죽음이 발생하였다.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은 국가 폭력의 구조와 실체를 드러내고, 국민의 고통과 희생을 치유하고 보상하여 다시는 불행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과업이다. 따라서 이 활동은 본질적인 성격상 친일과 독재, 냉전의 편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수구반동세력과 양립하기 어렵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한국 역사는 한번도 과거 청산작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과거사 청산운동은 번번이 수구세력의 완강한 저항과 방해 책동에 휘말려 좌절되고 왜곡되어 왔다.

유족들과 민주단체들의 십수 년에 걸친 피눈물 나는 진상규명운동의 성과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3년여의 활동기간 동안 미약한 권한과 공안기관의 비협조, 수구세력의 끊임없는 견제와 방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4차 의문사법 개정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진상규명법 제정의 무산을 비롯한 여러 과거청산 운동의 좌절은 결국 올바른 과거 청산 없이는 역사가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고, 현재의 시국도 올바른 과거 청산 없이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방해 책동 끝에 누더기가 된 채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입법과정은 과거사 청산이 가해자들에 의해 가로막혀온 기막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핵심에 오늘의 ‘탄핵 반란’ 장본인들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그들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권력의 핵심부에 자리 잡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개혁과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호도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부려왔다.

우리는 작금의 ‘탄핵 폭거’를 민주주의와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이의 저지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대통령 소속 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진상 규명을 반대하고, 우리 위원회를 음해하고 비협조로 일관한 기관과 관련자들의 방해 책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차제에 진상 규명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국회에서 동의를 받아 임명된 위원들은 이런 반역사적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조차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역사를 외면하는 국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위원회에 부과된 역사적 책무 앞에서, 그리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향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의연히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과 진상규명 과업에 충실할 것임을 천명한다. 그리고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주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한다.

2004. 3. 19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 임 위 원 김 희 수
비상임위원 이 석 영
비상임위원 황 상 익
비상임위원 이 기 욱
비상임위원 전 해 철
조사 1과장 염 규 홍
조사 2과장 유 왕 선
조사 3과장 박 종 덕
특 조 과장 서 재 일
전문위원 유한범외 3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