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평화박물관 홈페이지(http://peace.hani.co.kr/)에서 퍼온 글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민변사무국(tel 02-522-7284)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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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박물관 건립운동에 함께해 주십시요!
평화, 요즈음 어디서나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기도 한 말이 평화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한 번도 평화 속에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전쟁터가 된 이래 한반도는 일제의 만주침략의 전진기지로, 대륙침략의 병참기지가 되었습니다. 도둑처럼 찾아 온 해방에 뒤이은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전쟁과 학살의 상흔을 땅과 사람에게 짙게 남기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그리고 21세기 벽두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민국은 군대를 보내야 했습니다.
늘 전쟁 속에서 살아 온 우리는 전쟁을 기념한답시고 웅장한 전쟁기념관을 지어 놓았습니다. 한시도 전쟁의 위협과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우리가 정녕 기념해야 할 것이 전쟁입니까, 평화입니까? 아이들 손잡고 평화를 보고 느끼고 만지려고 찾아 볼 장소는 이 땅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들 마음 마음 속의 평화의 씨앗을 모아 평화박물관을 세우려 합니다.
저희가 평화박물관을 처음 세우려는 생각을 한 것은 2000년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되고 국내 시민단체들이 베트남에 대해 사죄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문명금, 김옥주, 두 분 할머니께서 8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좋은 일에 쓰라고 내 놓으셨습니다. 수십조의 공적자금이 낭비되고, 수백, 수천억의 살상무기들이 손쉽게 거래되고, 터졌다 하면 수천억원인 부패사건이 꼬리를 무는 세상에서 8천만원이란 그리 큰 돈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 누구보다도 깊은 전쟁의 상처를 몸과 마음에 안고 살아오신 두 분 할머니의 삶의 무게가 담긴 그 돈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전쟁의 피해자로서 또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할머니들의 뜻을 받들어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평화박물관을 짓고자 합니다.
얼마 전 새만금 살리기 3보1배의 고행에 나선 수경 스님은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일이야말로 평화운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착한 마음들이 손을 잡는 ‘고통의 연대’를 통해 우리는 평화에 대한 위협에 맞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으려는 평화박물관은 그저 웅장한 건물 하나 덩그라니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채우려는 평화박물관의 내용은 어떤 유명한 사람들만의 고상한 활동이 아닙니다.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평화박물관이 들어서야 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바로 평화박물관에 전시될 내용을 이룰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분들이 계신 곳에서부터 출발하겠습니다.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사무실에서, 어린이집에서 평화의 벽으로, 평화의 계단으로, 평화의 복도로, 평화의 교실로, 평화의 책장으로, 출발하려 합니다. 이런 작은 전시공간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전시물을 만드는 우리의 노력을 엮어낸 네트워크, 그렇게 모은 자료를 담아낸 사이버 공간이 바로 평화박물관의 주춧돌입니다. 이 주춧돌 위에 작고 아담하지만, 그곳에 가면 평화를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고 성찰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을 짓겠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모든 분,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 평화를 바라는 모든 분들이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