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레미콘노동자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001-09-10 173

레미콘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하루 15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며 새벽출근 및 철야작업을 밥먹듯이 해야하고 일요일에도 근무를 계속하면서도 한 달간 순수입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이 레미콘 운수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리하여 이들 노동자들은 지난 해 9.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는 우리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사용자단체들은 이들 레미콘 운수노동자들이 각각 사업자등록을 내고 1년 단위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독립된 사업자들이고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상을 거부하여 오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 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도급·위임·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관계가 없으며, 사용종속관계는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의 경우 형식상으로는 독립된 사업자등록을 낸 경우이지만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결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레미콘 노동조합이 결성된 후 사용자단체가 인천지방법원에 노조활동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사용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단체가 계속하여 단체협상을 거부함에 따라 레미콘 노동자들은 파업에서부터 삭발, 단식 투쟁 등을 계속하여오고 있다. 이들이 벌인 투쟁은 스스로의 고통을 가중시켜 사회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고, 결코 사회의 혼란을 부추켜 사용자나 정부의 굴복을 강요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4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었고, 반면에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바, 이는 공정한 공권력의 행사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사용자들이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응할 것,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정부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지하고 공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1. 7.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