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서준식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기간갱신처분취소청구 기각 판결에 대한 논평

2001-09-10 307

서준식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기간갱신처분취소청구 기각 판결에 대한 논평

1. 지난 27일 서울고등법원 특별제5부(재판장 박송하 부장판사)는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서준식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보안관찰처분기간갱신처분취소소송에 대한 선고를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서씨는 1999년 4월 27일 법무부장관이 자신에 대한 열 번째 보안관찰처분기간갱신을 결정하자, 석방된 이후 20년간의 공개적인 사회활동을 근거로 보안관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를 서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 이 사건은 원고인 서씨가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 인권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상황에 비추어 정치형법의 하나인 보안관찰법에 대한 법원의 변화된 기준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선고의 결과는 몇 가지 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데다, 구태의연한 해석론에 의거한 법원에 태도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하고 말았다.

3. 보안관찰 처분의 근거가 되는 보안관찰법은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가 폐지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고,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까지 되어 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새로이 형성된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는 국가보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자체를 실질적으로 형해화시키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다. 말하자면 보안관찰법은 그 존립기반이 이미 상당부분 상실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보안관찰처분은 단순한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가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이나 금품수수 등 특정한 보안관찰해당범죄에 대한 재범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존재해야 할 수 있는 행정처분이다. 따라서 보안관찰처분의 당부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한다.

4.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선고결과와 그 이유를 보면 그러한 일반적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다. 재판부는 서씨가 준법서약을 하지 않았고, 악법은 위반해도 좋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각종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여, 국가보안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점등이 반사회성의 징표가 되며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의 근거가 된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는 그 하나 하나가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우리 법원이 다른 판결에서 보안관찰처분 취소하면서 내세운 이유에 해당하는 것들이어서 더욱 당혹스럽다.

5. 이번 서울고등법원을 판결은 정치형법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기대하는 시대적 요청에도 맞지 않고, 그 이전에 법이론적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재범의 위험성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보안관찰처분을 취소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확정적인 증명이 없으면 위험성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우리는 이에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다시는 이런 불합리한 논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되며, 가능한 다른 절차에서 교정되기를 기대한다.

2000년 9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