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형법개정안(의안번호 11304호)에 대한 민변 의견서

2011-06-02 176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1304호)에 대한 민변 의견서


 


1. 검토대상 주요내용


 


○ 보안처분에 관한 규정을 형법에 두고, 보안처분의 종류로 “보호수용, 치료감호, 보호관찰”을 규정하고(안 제83조), 보호수용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함(안 제83조의3부터 제83조의8).


○ 보호수용의 도입을 전제로 상습범 및 누범가중 규정을 폐지함.


○ 사형을 그대로 존치함(안 제40조)


○ 징역형 기간을 “1월 이상 30년 이하”로 하고 유기징역을 가중시 “50년 이하”로 함(안 제41조)


○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을 ‘정상감경’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감경할 수 있도록 함(안 제49조)


 


2. 검토의견


 


가. 보호수용의 도입


 


(1)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 개정안의 보호수용은 숱한 인권침해 논란 끝에 2005.7 폐지된 구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를 명칭만 변경한 것에 불과함.


○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제에 대하여 “보호감호처분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처분이므로 형벌과 보호감호를 병과한다고 해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음(1996.11.28. 선고 95헌바20, 1991.4.1. 선고 89헌마17․85․100․109․12 사건 등)


○ 그러나 보호감호(보호수용)의 집행에 관하여 대체주의가 아니라 병과주의를 취하는 한 보호감호(보호수용)는 형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여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


○ 헌법재판소의 법형식적 논증을 전제로 하면, 어떤 제도의 법적 성격을 보안처분으로 규정짓게 되면 이중처벌금지라는 헌법원칙은 보안처분이라는 법형식 앞에서 무력화되고 국가형벌권의 변칙적 확장에 직면하여 헌법적․인권법적 통제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음. 따라서 헌법재판소처럼 법형식이 형벌인지 보안처분인지에 따라 이중처벌금지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 보안처분은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여 특별예방에 초점을 두고는 있지만 일반예방 목적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형벌도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을 주요 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엄격한 응보론을 전제하지 않는 한 형벌과 보안처분은 그 목적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


○ 보안처분의 요건인 ‘재범의 위험성’은 형벌적용의 단계에서도 고려되어야 하고 또 실제로도 고려되고 있음. 따라서 형벌은 책임을 근거로 하고 보안처분은 재범의 위험성을 근거로 한다는 적용원리 구별론도 형벌목적에 관하여 엄격한 응보론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실제로는 중복적이며 엄격히 구별되지 않음.


○ 헌법재판소처럼 해석하게 되면 ‘국가형벌권으로부터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의 근본적인 취지와 이념이 몰각됨.


○ 국가인권위원회도 ‘오늘날 형벌사상은 응보가 아니라 범죄인의 개선․교육 및 그를 통한 사회방위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구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 역시 감호․교화, 사회복귀에 필요한 교육․훈련 등을 과하는 점에서 형벌제도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교육형으로서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였음.


 


(2) 사회국가원리 위반


 


○ 재사회화라는 형벌목적은 여러 형벌목적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헌법적으로 사회국가원칙에 의하여 지지되는 최우선의 형벌목적이어야 함.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국가원리는 국가(입법자)에게 개인이 스스로의 생활질서를 스스로의 책임 아래 결정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유의 조건을 형성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면서, 이것이 형벌정책에 관련해서는 재사회화의 과제로 나타난다고 하였음.


○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근거한 재사회화는 형벌정책과 제도에 있어 격리와 감시보다는 범죄자의 교정과 치료를 내실화하는 노력을 우선하고, 그러한 노력은 당연하게도 징역형 등 기본적인 형벌의 틀 안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지시함


○ 그러나 보호감호(보호수용)를 통한 장기간의 격리정책은 실질적으로는 형기의 연장일 뿐 형벌을 통한 범죄자의 재사회화 촉진이라는 사회국가원칙에 반함


○ 만약 범죄자의 사회복귀라는 목적을 위해 보호감호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형벌의 목적이 바로 교정교화를 통한 사회복귀이므로 형벌과의 차이가 없게 되고, 사회복귀를 위한 맞춤형 교정처우는 행형의 목적이고 징역형 단계에서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으며 실시하여야 하는 것임.


 


(3) 재범의 위험성 문제


 


○ 보호감호(보호수용)의 실질적 요건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나 그 개념 자체가 지극히 불확정적 판단개념이고, 장래의 범죄가능성에 대한 예측적 판단이라서 결코 쉽지 않으며 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도구도 존재하지 않음.


○ 형법과 형사소송법 이론상 형벌의 전제가 되는 책임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증명’이 요구되는 바, 이는 재판과정에서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증명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고 보아야 함.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예측적 판단이고 신뢰할 수 있는 측정방법이 없기 때문에 재범의 위험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증명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임.


○ 더구나 개정안은 독일형법의 보안감호보다 재범의 위험성 요건을 완화해 규정하고 있음. 독일형법은 ‘행위자의 인격과 그의 범행에 대한 종합평가결과 그가 중대한 범죄, 예컨대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심한 피해를 주거나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범죄를 범할 성향을 지니고 있어 일반인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될 것’(독일형법 제66조 제1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음.


○ 이로 인해 아동성폭력 범죄 등 사회적 비난이 큰 사건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이를 의식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손쉽게 인정할 가능성이 크고 보호감호(보호수용)가 남용될 우려가 있음.


 


(4) 보호감호(보호수용)의 현실적 집행의 문제


 


○ 법무부는 보호감호제를 그 본래의 이념인 교정을 통한 사회복귀 및 사회방위에 걸맞게 제도화하고 운영한다면 이중처벌이 아니고 위험한 강력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데에도 실제로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함.


○ 그러나 2010.9.30.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취임1주년 인터뷰(연합뉴스)나 독일의 실제 운영사례를 보면, 보호감호를 통한 범죄자의 사회복귀 촉진은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범죄자에 대한 장기적 격리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큼.


○ 법무부는 시설 내에서 상당한 자유를 보장하고 사회복귀를 위한 처우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징역형과 보호감호를 차별화할 것이라고 주장함.


○ 그러나 개정안은 보호감호(보호수용)의 내용에 대해 “보호수용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여 교화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안 제83조의4) 이는 구 사회보호법 규정과 동일함. 결국 수용시설의 차이 말고는 실제 집행상 어떠한 차이를 가져올 것인지 의심스러움.


○ 청송과 같은 오지에 구금하고 외부와의 연락이나 교통을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시설 안에서 자유를 조금 더 준들 이는 징역형과 집행상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움.


새로 도입될 보호감호(보호수용)에서 교정교화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도 없음. 획기적인 교정교화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징역형 집행단계에서 즉시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것임.


 


 


 


(5) 보호감호 폐지의 역사적 교훈


 


○ 2005년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된 것은 보호감호가 재범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였고, 보호감호가 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며 범죄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제도이기 때문임.


○ UN과 인권단체들로부터 대표적인 반인권악법으로 비난받아 오던 사회안전법(1975년 제정)상의 보안감호가 1989년에 폐지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임.


○ 이처럼 보호감호의 폐지는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의 결과물이며 국가형벌권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결단이 반영된 것임.


○ 그러나 보호감호가 폐지된 지 불과 6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명칭만 변경한 보호감호를 재도입하는 것은 보호감호 폐지의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형벌제도로 회귀하는 것임.


 


나. 상습범 및 누범가중 폐지


 


○ 개정안은 보호감호(보호수용) 도입을 전제로 상습범 및 누범가중을 폐지하고 있으나, 보호감호(보호수용)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상습범 및 누범가중은 폐지되어야 함.


○ 상습범, 누범의 상당수는 의지가 박약한 정신질환인, 인격장애인, 재사회화적 행형이 실패하거나 사회적 원조가 결여된 이들임. 따라서 이들에 대해서는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고 우선되어야 함. 형벌을 가중하여 장기간 격리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형벌의 목적에 반함.


○ 보호감호제도가 상습누범의 재범방지라는 본래적 기능을 상실하여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보호감호(보호수용)를 도입하지 않는 한 상습누범 가중을 폐지할 수 없다는 주장은, 교정교화라는 형벌의 목적을 도외시하고 중형주의를 취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음.


○ 따라서 보호감호(보호수용)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상습범 및 누범가중 규정은 폐지되어야 함.


 


다. 사형제 존치


 


○ 2010.2.25. 헌법재판소가 비록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도 보충의견을 통해 “사형의 선고는 정의와 형평에 비추어 불가피한 경우에만, 그것도 비례의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재판관 이강국), “사형제나 개별적인 사형 조항의 존치나 폐지는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성질의 문제이다.”(재판관 민형기),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의 문제는 향후 입법자에 의한 입법의 개폐 여부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재판관 송두환)라고 밝힌 바 있음.


○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본질적인 기본권임에도 이를 박탈하는 사형은 헌법 37조 2항의 본질내용 침해금지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위헌인 형벌임. 또한 생명은 지고의 가치를 지닌 인간을 존재하게 해주는 요소로써 어떠한 범죄의 응보를 위해서도 거둘 수 없는 것이며 그 자체가 이미 비인도적이며, 형집행이후 법관의 오판이 밝혀진다면 그것을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형집행방식임.


○ 다만 헌법재판소나 사법부의 판단만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음. 따라서 개정안이 사형을 형벌의 하나로 존치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이번 기회에 사형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음.


 


다. 징역형 기간 상향


 


○ 개정안의 내용은 2010.4.15. 개정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특별히 달라지는 내용은 없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유기징역 상한이 유기형을 무기형에 준하게 하는 문제가 있음.


○ 형법각칙 중 중죄는 대부분 법관이 재량에 따라서 형기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 가령,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30년 또는 최고 50년으로 규정하게 되면 법관이 5년의 유기징역형 부터 최장 50년의 유기징역형 중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바, 이는 법관에게 너무 과도한 재량을 부여하는 것임.


○ 이로 인해 법관의 재량권은 무한대로 확장되는 반면 국민의 형벌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극소화됨.


○ 2010.4. 형법개정시 형기 상향으로 교정행정의 부담증가 등에 대한 예측이 없었고, 형량을 대폭 상향하는 문제에 대해 학계나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일사천리로 처리되었음.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음.


 


라. 정상감경


 


○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국민들이 납득가능한 양형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은 인정됨.


○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형 자체가 높은 경우가 많고 특히 법정형 하한이 규정된 범죄가 다수 있는 반면(그 하한 역시 매우 높은 경우가 많음), 범죄구성요건은 죄질과 범정에 따라 다양화하지 못하고 있음.


○ 이런 상황에서 작량감경은 과도한 법정형의 하한을 조정하고 단순화된 구성요건을 책임에 맞게 세분화하여 적절한 양형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


○ 따라서 작량감경의 폐지는 법정형 하한 폐지, 법정형의 합리적 정비, 구성요건의 세분화가 전제 또는 병행될 필요성이 있음.


○ 그런데 개정안처럼 정상감경을 열거된 사유만으로 제한하면 범죄별로 존재하는 다양한 감경인자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음.


○ 특히 안 제49조 제1항 제4호의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를 정상감경 사유로 하는 경우 자백을 강요하거나 자백위주의 수사가 이루어질 위험성이 있어 이를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함.


 


 


 

첨부파일

형법개정안의견(보호수용.정부.11304호).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