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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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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소수-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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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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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론사 및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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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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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담당 : 이소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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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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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상 추행죄 개정에 관한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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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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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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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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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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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평
개정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군형법상 추행(계간)죄 개정에 부쳐
1. 국회는 어제(2013. 3. 5.)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하여 마련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을 통해 국회는 친고죄의 폐지 등 최근 있었던 성폭력과 관련한 형법 등의 개정에 부합하도록 군형법상 성폭력 범죄에 관한 조항을 개정하면서, 군형법 제92조의5(개정 군형법 제92조의6, 이하 ‘군형법상 추행죄’)의 내용 역시 개정하였다.
2. 현행 군형법상 추행죄는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합의에 의한 동성간의 성적접촉까지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으로서, 이번 개정으로 위 조항은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
3. 그러나 남성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인 “계간”을 “항문성교”로 대체한 이번 군형법상 추행죄의 개정은 여전히 국가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노골적으로 형벌로써 규율하겠다는 것으로서, 군형법상 추행죄가 가지고 있었던 중대한 문제점을 맨얼굴로 드러낸 사건이다. 동성간의 합의에 의한 내밀한 사적 영역의 행위를 처벌할 뿐만 아니라 이성간의 특정한 성적행위마저도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명백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상 형벌과 책임의 비례 원칙에 위배되며, 그 문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그동안 군형법상 추행죄는 합의에 의한 동성간의 성적접촉을 처벌하여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2008년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이례적으로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성이 있다고 보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고,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2012년에 있었던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서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폐지 가능성 검토를 권고받은 바 있다.
5.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례를 살펴보면 이중 98%가 형법 또는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제추행․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고 나머지 2%가 합의에 의한 성적접촉에 대한 적용이다. 이는 군형법상 추행죄는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규정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을 막기 위해 적용되어 강제추행죄를 비친고죄화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6. 따라서 이번 군형법의 개정으로 성폭력범죄가 비친고죄화됨으로써 군형법상 추행죄는 연 평균 1건에 불과한 적용례를 보이고 이마저도 무죄 판결과 다름없는 선고유예나 기소유예로 처리되는 합의에 의한 성적접촉만을 규율하게 되는 것으로서, 입법정책의 측면에서 군형법상 추행죄를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어렵다.
7. 또한 군형법상 추행죄는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행위를 여전히 처벌함으로써 2011. 6. 17.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 <인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한국 역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찬성표를 던졌다)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현재의 국제인권법적 추세, 그리고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제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 국내의 인권보장 흐름에 역행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8. 뿐만 아니라 이번 개정에서는 ‘항문성교’라는 용어를 삽입하여 남성간의 항문성교를 비하하는 뜻의‘계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현행 군형법과 달리 이성간의 항문성교 역시 처벌의 범주에 넣어 합의한 성인 군인간의 특정한 성적 행태에 대하여 처벌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는 처벌의 범위를 넓힌 것일 뿐만 아니라, ‘항문성교’라는 용어를 법문에 추가해 가며 국가가 형벌로써 가장 내밀한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성 군인간의 관계에서도 합의에 의한 성적행위 중 유독 항문성교와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했을 때에만 처벌하게 되어 헌법상 책임과 형벌의 비례 원칙에도 어긋나게 되고, ‘추행’의 의미 역시 불명확하게 하여 오히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크다. 또한 ‘항문성교’라는 특정한 개인적 성적행태를 법문으로 규율하게 됨으로써 이번 개정법은 국가의 규범이라고 하기에는 선정적이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9. 물론 동성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계간’이라는 용어를 삭제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이를‘항문성교’로 대체함으로써 오히려 위와 같은 문제까지 낳고 말았다. 이는 합의에 의한 성적접촉을 처벌하려는 군형법상 추행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서, ‘계간’이라는 용어의 삭제를 넘어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결책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0. 그러므로 국회는 하루빨리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현재 동성애 처벌국가로 분류되는 오명을 벗고, 헌법과 국제인권기준 및 인권에 관한 국내법에 부합하도록 군형법을 정비하고 사회적인 인권의식 및 인권상황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제19대 국회가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함으로써 위와 같은 역할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2013년 3월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염형국(직인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