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촛불집회 당시 경찰의 통행방해를 위법행위로 인정한 판결을 환영하며,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권의 남용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논평]
촛불집회 당시 경찰의 통행방해를 위법행위로 인정한 판결을 환영하며,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권의 남용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2. 3. 1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8년에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아무런 권한 없이 40여분간 보행자들의 통행을 막은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하였다.
당시 경찰은 밤 11시경 세종로 교보문고 앞 인도에서 길을 막고 집으로 가려는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하였다. 당시 경찰은 이에 항의하는 변호사와 시민들을 향해 ‘범죄예방을 위하여 법대로 하는 것이다’라고 변명하였으나, 법원은 이에 대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제5조, 제6조) 및 시행령(제4조)에 규정한 ‘소요사태’는 ‘다중이 집합하여 한 지방의 평화 또는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 협박 또는 손괴행위를 하는 사태’를 의미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아니하면 곧 범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상황이라서 그 방법 외에는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일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여야 함을 밝혔다.
비록 4년이 다 된 이제서야 경찰의 위법행위를 인정한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 모임은 법원의 이번 판결을 적극 지지, 환영하며, 동시에 지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유사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게 되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은 아예 시위나 집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을 원천봉쇄하거나 그 주변에 인도로 평온하게 통행하는 시민들조차 무차별적으로 통행을 방해하거나 연행하는 일을 반복해 왔으며 그때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제6조를 들었다. 현재 제주 해군기지건설 부지로 예정된 강정마을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연행사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군과 경찰은 카약 또는 맨몸으로 구럼비 해안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물론, 강정마을 주민이나 평화활동가들이 평화롭게 행진하면서 구럼비가 보이는 강정포구 방조제에 가는 것조차 불온시하고 완전 봉쇄하면서 위 법령을 근거로 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경찰병력이 구럼비와 강정천으로 가는 모든 길을 차단하고 강정포구 주변에까지 높은 펜스를 설치하자 주민들이 이를 두고 도로에서 항의하거나 펜스를 넘어가는 행위도 위 조항들을 적용하여 무차별 연행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체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밝히며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여론의 흐름을 바꾸어 가는 행위는 무엇보다도 높이 보장되어야 한다. 해군기지 문제가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행위를 당장 제지해야 할 위 법령상의 소요사태로 몰아가며 주민들의 신체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권한은 경찰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적어도 경찰이 그와 같이 경찰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위 판결에서 요구되는 ‘소요사태’와 ‘급박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임은 경찰권의 남용에 대하여 위법임을 선언한 이번 판결을 경찰이 존중할 것을 촉구하며, 제주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경찰권 남용행위를 당장 중단하기를 요구한다. 우리 사회가 염원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 그리고 올바른 민주주의와 의사표현의 자유이지, 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경찰력의 무단행사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눈물이 아니다.
2012년 3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