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통일부의 황당한 방북불허조치를 규탄한다.

2011-11-11 163

[논평] 통일부의 황당한 방북불허조치를 규탄한다.


 


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가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에 밀가루 180만톤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이를 위한 업무차 2011. 11. 11. 방북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 방북단에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2. 그런데 통일부는 지난 11. 7. 이광철 변호사가 소위 ‘왕재산’사건의 변호인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북단에서 이광철 변호사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측이 이를 거부하자, 통일부는 그렇다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적 대북사업 자체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부득이 이광철 변호사를 방북단 명단에서 제외한 수정된 방북단 명단을 통일부에 제출하였다.


 


3. 이러한 통일부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법·부당하고, 잘못된 조치이다.


첫째, 이는 헌법이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원칙 등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통일부가 문제삼고 있는 소위 ‘왕재산’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 및 당해 사건의 연루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사건의 조작 및 왜곡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터에 이를 변호하는 변호인으로서는 그들의 무죄를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 변호사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이다. 또한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해 두고 있다. 가사 만보를 양보하여 소위 ‘왕재산’ 사건에 관한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맞다고 하여도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이들 피고인들은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를 이유로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하물며 이런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을 변론한다고 하여 방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이번 통일부의 조치는 방북승인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에 부여된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된 재량권 행사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제1조에서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남북교류협력법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고, 제9조 제7항에서 “통일부장관은 제1항 및 제6항 단서에 따라 방문승인을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의 경우에는 그 승인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각호의 하나로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제3호)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제4호)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남한 주민의 북한지역 방문에 관한 통일부 장관의 승인에 부여된 재량권 행사는 남북교류협력법 제1조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범위 내에서 그 방북으로 인하여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제3호)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제4호)가 아닌 한 방북승인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 이 사안에서 소위 “왕재산” 사건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의 방북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 방북으로 인하여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쉬이 수긍하기 어렵다.


셋째, 이러한 통일부의 조치는 민간인 방북을 정치문제, 이념문제와 연동시키는 사고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 5. 24.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이유로 남북간의 일체의 교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바 있다. 이에 따라 심지어 인도적 사업마저도 중단되었다. 그간 역대정부가 한땀한땀 심혈을 기울려 쌓아올린 남북간의 교류·협력 사업의 역사는 일거에 20년전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최근 그 정책의 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향적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이때에 발생한 이번 통일부의 조치는 그런 기대감이 사실은 근거없는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소위 간첩단 사건의 변론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그 피고인도 아닌 변호인의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편협하고, 일방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것이다.


 


4. 우리 모임은 이러한 통일부의 황당한 조치를 규탄하면서, 이후 이번 사태의 위법·부당성에 관한 일체의 법적 조치를 강구하여 이번 조치가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밝힐 것임을 천명한다.


 


 


2011. 11.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