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노사 타결을 환영하며
드디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크레인 농성 조합원 3인이 땅을 밟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하늘로 올라간 지 309일만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극한 조건에 자신을 온전히 내던진 헌신적인 투쟁에 감읍할 뿐이다. 투쟁의 의미와 과제를 돌아보자.
먼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은 한사람의 의지와 헌신성이 양식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위대한 투쟁이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악조건을 감수한 헌신적 투쟁은 패배감에 젖어있던 노동자들을 움직였고, 그들의 이웃이자 가족인 시민과 청년학생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정치인마저 움직였다. 마침내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영역과 신분의 구분을 넘어 이 땅의 양심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다시 손잡고, 노조와 시민단체에 속하지 않은 다수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노동과 시민의 결합,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자발적 시민의 참여, 신선한 충격이다. 조직의 경직성에 갇혀 퇴보하고 있던 노동운동에 성찰의 과제와 희망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둘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IMF이후 우리 사회에서 노동유연성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어 온 정리해고의 심각성과 실태를 사회적 이슈로 던졌고, 시민들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고용불안을 극대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노동현장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 실태를 알리고, 자본의 필요에 따른 일방적 정리해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자본과 권력이 내세우고 있는 효율과 경쟁이라는 명분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포장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알려주었다.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의 사유로 내세운 선박수주 “0”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물량 빼돌리기에 기인한 것이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의 보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경찰과 검찰이 행사하는 공권력의 실체를 확인시켜 주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개 자본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경찰병력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동원되었다. 그들은 자본의 사병처럼 움직였다. 자본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는커녕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모두 소환대상자로, 범죄자로 만들었다. 경찰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민중을 진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어제 김진숙 지도위원을 체포하기 위하여 영도조선소 내로 투입된 경찰의 모습은 다된 밥에 재나 뿌리는, 도무지 판단의 능력을 상실한, 시민을 적으로 삼는,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이라는 인상만을 남겼다. 경찰을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지 우리에게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과 노동자들이 연대해 만들어낸 희망버스는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과 노동의 연대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그 연대는 감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로, 한미FTA저지투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제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이 협소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 시민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에 함께 나서야 할 때이다.
2011년 11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