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검찰은 국민에 대한 협박을 중단하기 바란다.
[논평]
검찰은 국민에 대한 협박을 중단하기 바란다.
검찰이 2011. 11. 7. 한미 FTA 비준 반대 불법집단행동 대비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한 후, 한미 FTA반대 집회와 SNS, 인터넷에 대한 엄벌방침을 발표하였다. 검찰은 앞으로 불법집회나 SNS,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고 심지어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민사소송에 대한 적극적인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검찰의 입장 발표는 법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첫째, 검찰의 방침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검찰은 한미 FTA에 대한 각종 허위사실이 유포되어 국가의 중요정책이 왜곡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NS를 통해 소통되는 여론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한미 FTA가 끼칠 여러 사회적 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없이 이를 강행처리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대부분이다. 설령 한미 FTA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더라도 이는 정부의 협상과정에서의 일방주의와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형사처벌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공개하여야 한다. 충분한 검증과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정부는 그 정책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민은 자유롭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정부가 한미FTA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부 국민이 그에 대해 일부 우려의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방식으로 보장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둘째, 검찰이 표방한 대응 방침은 초헌법적이고 위법적인 것이어서 마치 검찰이 사법상의 권한을 이용하여 국민들을 겁에 질리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원칙적 구속수사라는 방침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수사원칙에 비추어 결코 있을 수 없는 초헌법적이고 위헌적 방침이다. SNS 또는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이미 미네르바 사건에서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결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그러니까 검찰은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하고, 명예훼손으로 엮을 수 없는 경우에는 민사소송에 대해 법률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서 반드시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기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기소할 수 없고 기소 후에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기도 전에 명예훼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천명한 것은 고소·고발을 부추기고 나아가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수사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이다. 이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외신을 인용하면서 자신을 비판한 기자들을 고소했다는 소식도 있는데, 전 국가기관이 합동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한편,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 검찰이 민사소송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사인 간 분쟁에 대한 국가의 중립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심각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 도대체 어떠한 법적 근거에 의해 민사소송의 일방당사자를 수사 및 소추기관인 검찰이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SNS를 통해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1%의 기득권층이나 이를 추진하는 관료와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민사소송을 검찰이 지원한다면 이는 검찰의 권한남용이자 국고 유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관료나 정치인은 공인이고 한미 FTA는 공적인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반대나 비판이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법학계의 주된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무리한 방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설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표현에 대한 이번 검찰의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권력형 비리나 부정부패 사건 수사에서는 축소, 은폐, 왜곡, 편파로 일관하면서 엉뚱하게도 민사소송까지 지원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검찰이 다시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는 오로지 1%만을 위하여 우리의 주권을 포기하는 굴욕적인 협정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검찰을 동원해 국민을 협박하면서까지 이를 강행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 모임은 검찰의 초헌법적인 방침과 대국민 겁박을 강력히 규탄한다. 그리고 향후 이로 인한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밝힌다.
2011년 11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